안녕, 초지로 - 고양이와 집사의 행복한 이별
고이즈미 사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콤마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잠시 잊고 산다. 우리 모두.
바로 등 뒤에 다가와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별의 순간이.
사람보다 훨씬 짧은 생을 살다가는 고양이들과 함께 사는 집사가 되어서야 비로소 실감하게 되었다. 나 역시.

 

 


고양이 집사로 20년 넘는 시간을 살아온 고이즈미 사요의 <안녕, 초지로>

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하는 삶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집사 스스로 등두드리며 눈물을 삼킬 수 있는 좋은 사연이 담겨 있다. 분명 남의 이야기인데 꼭 내 이야기 같아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스토리 외에도 따뜻하게 그려진 그림은 잠깐동안이지만 슬픔조차 잊게 만든다.

 

 

 

'고양이와 집사의 행복한 이별'이라는 부제가 붙여져 있어 첫 장을 펼치기전부터 예감하고 있었는데도 끝을 향해 가는 이야기가 아닌 추억을 나누는 이야기로 읽혀져서 좋았다. 142개월은 참 짧은 숫자. 영원도 아니고 반평생도 아니어서 안타깝지만 그 시간만큼의 인생 속에서 고양이가 없었다면? 초지로가 없었다면? ....상상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반려묘를 잃고 반년이 지난 14년 전 여름, 저자는 이웃에서 고양이 두 마리를 데려왔다. 여섯 마리 중 두마리였다. 어디로 튈지 모를 발랄한  회색 암컷(라쿠)한 마리와  한눈에 홀딱 반하게 만든 얼룩무늬 수컷(초지로) 남매는 한 배에서 났지만 성격이 전혀 다른 녀석들이었다고. 우리집에도 비슷한 녀석들이 있어 저 기분을 이해할 수 있는데, 어떤 모습이든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고양이란 존재는. 뒹굴거리다가 우다다하기도 하고 사이가 좋다가 금새 툭닥툭닥대기도 하는 알 수 없는 생명체. 신기하게도 어떤 모습이건 너무나 예뻐서 연신 셔터를 누르게 만드는 신비의 존배이기도 하고.

 

 

고양이 남매와 사람 아이 하나를 키우던 평화의 시간은 초지로와 라쿠가 열 살 되던 해 발견한 유선 종양으로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 수컷에게는 드문 유선 종양(그것도 악성)을 적출하고 한시름 놓나 했더니 그만 덜컥 항문에서도 큰 종양이 발견되고 만 것.
올 초 첫번째 고양이가 초지로처럼 종양제거수술을 받았다. 정말 우연히 발견된 것이었는데, 개에게서는 흔한 것이며 양성이지만 고양이에게서는 드문 일이며 빨리 제거해야한다는 수의사의 진단을 받고 당일 바로 수술한 뒤, 종양 덩어리를 외부 센터로 검사의뢰 보냈다. 그런 일을 올 초에 겪었는데 <안녕, 초지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등장하다니......!

 

 

초지로도 우리 꽁꽁이처럼 이겨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거대 고양이였던 초지로가 점점 말라가면서 기운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록 사진이 아닌 그림이라해도. 같은 집사의 마음으로 마음에 담게 된다.

나날이 쇠약해져 가는 초지로와의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뒷바라지하는 순간순간이 행복했다고 말하는 저자의 마음은 어땠을까. 품 속에서 꼬옥 안고 이별을 맞이한 일. 장의업자가 오기로 한 다음날 아침까지 바구니에 눕혀두고 앞발을 만지작거리면서 눈물을 흘린 일. 소형견 유골함에 담겨 되돌아 온 일. 고양이를 반려하는 입장으로서는 절대 남의 일로 읽히지 않을 이야기들이었으므로 '감사하면서 아름답게 맞이한 이별'을 곁의 가족처럼 함께 나누었다.

 

 

'고양이로서의 생을 훌륭하게 잘 살아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라는 대목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래, 고양이는 그저 고양이답게... 무언가 해 주려고 애쓰지 않아도 그 아이 자체로도 충분하다는 것. 이 마음을 잊지 말고 주어진 하루하루를 함께 즐겁게 보내고 이별의 순간 나 역시 저렇게 고마웠다고 말해주어야겠다고. 아직은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이별'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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