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닐리오의 그래도 너를 사랑한단다
꼬닐리오 글.그림 / 예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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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설레이게 하는 동화책이 있다. <엄마 어릴 적에>가 엄마세대의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면 <그래도 너를 사랑한단다>는 우리들의 추억이 잔뜩 묻은 지난날의 동화책인 셈이다. 동글동글한 그림과 연필이 전달하는 부드러움이 합쳐져 따뜻함을 뿜어내는 그녀의 그림이 참 좋다. 이웃 중 이런 분위기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이웃이 있는데, 그녀가 흙으로 빚어내는 소품들만큼이나 올려지는 일상글들을 즐겨 읽는 중인데, 꼬닐리오와 물레차는 여자의 감성이 참 많이 닮아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들은 공통적으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놓치지 않고 잘 잡아낸다. 참 부러운 대목이다.  

 

소장하고 싶을만큼 예쁜 그림들이 많아 '그라폴리오'에서 구경하면서도 "모두 다 갖고 싶어" 욕심냈던 그림들을 책 한 권으로 소장할 수 있다니...이렇게 신나는 일이 또 어디 있을까. 토끼와 단짝 소녀는 절대 얼굴을 보여주지 않지만 우리는 그 표정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페이지마다마다~


이불을 머리 끝까지 쓰고 공포영화를 볼 때의 달달 떨고 있을 모습, 아빠의 넓은 등짝에 엎혀 잠든 척 할 때의 살짝 떨리울 속눈썹, 엄마에게 '손들고 서 있어'라는 소리를 듣고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있을 얼굴, 잠 못 이루는 밤 어른들 몰래 침대 위에서 팔짝팔짝 뛸 때의 신남.....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건 우리에게도 이런 추억 필름들이 가득하기 때문은 아닐까.

참 이상한 점은 그녀와 공유하는 추억은 '그리움'이 아니라 '치유'를 가져다 준다는 점이다. 대두커플을 보고만 있어도 "괜찮아"x100번 쯤 들은 것 같은 위로가 전해져 온다. 그래서 구경하는 내내 힐링타임을 선물 받았다. 어린 시절은 먼나라 이웃처럼 멀어져 버렸지만 그 순간들은 끝이 아니었다. 살면서 힘든 날 다시 펼쳐볼 동화가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애정하는 그림들이 어떻게 그려지는지 책의 후미 '에필로그' 페이지를 통해 살짝 구경했다. 비슷한 무지 스케치북에 메모를 해 왔던 나와 달리 그녀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참 섬세하게 그려지고 있는 토끼와 소녀의 모습.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그냥 이대로도 참 따뜻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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