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가르쳐 주었다 - 감옥에서 키운 안내견 이야기
오쓰카 아쓰코 지음, 유은정 옮김 / 돌베개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그 어느 곳도 아닌 감옥 안에서 길러지는 강아지라니....!
재소자 + 강아지라는 이 생소한 조합은 리얼이었다. 2008년 일본 최초로 '안내견 강아지 육성 프로그램'이 시마네 아사히 사회복귀촉진센터를 통해 재소자 교정 계획으로 실시 되었고 6년 간의 이야기가 <개가 가르쳐 주었다> 에 고스란히 실려 있었다.

사실 발단은 저자가 이전에 쓴 <개가 살아갈 힘을 주었다- 도우미견과 사람들의 이야기> 를 읽게 된 우타시로 다다시 씨를 만나면서부터였다. 그는  시마네 아사히 사회복귀촉진센터의 초대 총책임자로 '일본 형무소에서도 재소자가 장애가 있는 사람을 위해 개를 기르는 프로그램을 실현하고 싶다'라는 소망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던 것. 미국 전역에서 실시 중인 '프리즌 독'의 훈련 프로그램에 관한 책을 읽게 된 것과 그 저자를 만나게 된 것이 도화선이 되었던 것일까. 일본에서는 2013년 첫 번째 안내견이 탄생했고 2015년 1월까지 여섯 마리의 안내견을 배출해냈다. 감옥에서-.

 

 

24시간 돌볼 수 있는 시간이 있다지만 혹시나 사각지대에서 학대받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책의 사례를 보면 8회까지 진행되는 동안 우려되는 일은 일어난 적이 없는 듯 했고 긍정적인 효과를 낳은 것으로 보고되어져 있다. 재소자가 강아지와 함께 생활하면서 인간과 인간 사이에 따스한 유대가 생겨났다는 점과 사회복귀가 한결 쉬워진다는 점이었다.

사실 안내견은 생후 2개월부터 약 열 달 정도 '퍼피워커'(자원봉사)가정에 위탁되어 자라다가 한 살 무렵 안내견 훈련 센터로 보내져 6개월 내지 1년간 전문 훈련을 그치는 것이 일반적인 과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수 정재형과 축복이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그의 퍼피워커활동이 보여진 바 있다.

그런데 태어나서 안내견으로 성장하기까지 걸리는 2년의 시간 중 10개월 가량을 재소자와 주말 퍼피워커가정을 오가며 성장한 개들과 일반 안내견들과의 차이는 정말 없는 것일까. 감옥이라는 환경이 훈련견의 사회화에 적합한 장소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의 시마네 아사히 사회복귀촉진센터의 경우는 일본의 네 번째 PFI형무소로 민간의 자본과 노하우를 활용해 시설건설 및 유지 관리와 경영이 이루어지는 감옥이었다. 전체를 민영이 도맡는 민영감옥과는 일을 분담에서부터 차별화가 되는 새로운 형식의 형무소인 셈이다.(공권력- 국가책임 / 재소자 급식, 청소, 경비, 접수 등 - 민간책임)

 

게다가 이곳은 흉악범이 수감된 곳이 아니라 범죄 성향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초범 남성 재소자들이 수감된 곳이었기에 '재소자'라고 불리기 보다는 '훈련생'으로 불리고 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래서 '형무소'라는 무거운 어감의 이름이 아닌 '사회복귀촉진센터'가 정식명칭인 곳이다.

어쨌든 전례 없는 시도는 쉽게 결정된 사항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추진되었고 아직까지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인간이 도움을 받기 위해 인위적으로 엄마 개에게서 아기 강아지를 떼내어와 훈련시키는 일은 참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미안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동시에 들고 만다. 더구나 <개가 가르쳐 주었다>를 읽고나니 한 가지 고마움이 더해졌다. 바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준 것. 어떤 이는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집에 두고 온 자신의 노견을 떠올리며 눈물 짓기도 했고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할애하면서 '자살'에 대한 충동을 이겨내기도 했으며, 주말 퍼피워커 가족들과 수첩을 교환하면서 소통의 즐거움을 맛보기도 했다. 물론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도중에 프로그램에서 제외한 인원도 있었고 개를 산책 시키던 도중 허리 부상을 당한 훈련생도 발생했다. 야간의 응급상황에 자유롭지 못한 형무소라는 공간적 제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과 사람의 교감은 감옥에서도 통했다.

 

 

18년 전, 미국의 교도소에 처음 가게 된 것도 그 곳에 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회상하고 있는 저자의 그 한 발이 나비효과가 되어 일본의 형무소에서도 안내견 강아지 육성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기적을 낳았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다 그 의미가 부여되어 있음을...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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