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기 2 - 완결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태양의 후예>,<도깨비>를 집필한 김은숙 작가처럼 정은궐 작가 역시 모든 캐릭터들에 숨결을 불어넣는 작가다. 어느 한 인물도 입체화 되어 있지 않은 인물이 없다. 왕인 세종대왕, 하람의 하인인 돌이, 신비스러운 경복궁 주신 호령, 적시적소에 나타나는 할머니신, 그림에 환장(?)한 화마까지...매력발산하지 않는 인물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주인공인 홍천기지만.

 

 

>>> 조선이 아닌 2017년에 데려다 놓아야 할 듯한 천재화가

우리가 알고 있던 조선의 여인과는 그 행실이 크게 다른 홍천기는 태생부터 남달랐다. 도화원의 천재화가인 아비는 자신의 그림을 훔쳐간 인간들의 욕심에 의해 그 재주를 잃었고, 바로 그날 태어난 딸 홍천기는 죽음에서 건져졌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자라난 그녀는 '개떼들'이라 불리는 친구들과 그 천재성을 겨누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마주치게 된 눈동자가 붉은 꽃선비가 그녀의 인생을 뒤흔들어 버리는데....

>>> 눈을 잃은 사내. 하지만 눈을 찾을 수 없는 사내, 하람

어린 날 경복궁에서 눈을 잃은 사내는 경복궁의 터주신으로 살며 가끔 보이지 않는 눈을 뚫고 들어오는 존재들과 대화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어린 시절 사고와  아비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간직한 채. 그러던 어느날 한 여인을 만나고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자신의 눈을 되찾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는데...하필이면 눈의 주인이 그녀일 줄이야....

>>> 화마마저 친구로 삼아버린 호탕한 왕족, 안평대군

<성균관 스캔들>에서도 용하와 재신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처럼 <홍천기>에서도 하람보다 안평대군 이용이 더 눈에 띄였다. 사랑 앞에서 거칠 것이 없는 호탕한 왕족은 자신과 취향이 같은 화마마저 친구 삼을 수 있을만큼 유쾌한 한량이자 풍류객으로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그가 내뱉는 문장 하나하나에 위트와 여유가 담겨 있어 이 남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로 부각되어 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홍천기가 실존했던 인물들의 실제 일화를 수집/기록한 글인 <용재총화>에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소설 속에서는 하람과 친한 성균관 유생 서거정이 등장하므로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저 특이한 이름이 실존 인물의 이름이라니....! 조선의 역사를 꼼꼼하게 자료수집했거나 역사에 정통한 작가가 썼다고 보여지는 대목들이 한 두둔데가 아니긴 했다. (이쯤되면 정말 정은궐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하늘을 향해 뻗쳐나올 정도다)

 

 

각설하고, 이 이야기는 간단하게는 홍천기와 하람의 운명적인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거기에 천재성을 곁에서 지켜보다가 종국엔 자신의 손가락을 잘랐던 살리에르적인 스승 간윤국, 동일한 천재성을 보면서 실력을 겨루며 일취월장해 나간 개떼들(개놈, 개둥),사랑보다 예술을 더 아꼈던 안평대군 등 인간들의 삶과  오직 그림만을 쫓았던 화마, 지켜보며 지켜주던 호령, 툭툭 던지듯 말하며 위기에서 건져주던 할매신 같은 신비스러운 존재가 어우려저 완성된 판타지 퓨전 사극이 <홍천기>였다.

화마가 정말 천재를 미치게 만들까?, 하람이 눈을 잃은 사연, 그의 아비는 누가 죽였나, 맹인을 뛰고 날으게 만드는 몸 속 존재는 과연 누구??? 끊임없이 궁금하게 독자를 몰아가는 <홍천기>는 2권 분량이지만 단박에 읽히지 않았다. 페이지마다 깨알같이 박힌 글자들이 도무지 독자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은 이 소설을 2018년 공중파 드라마로 만나볼 수 있다니..벌써부터 그 캐스팅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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