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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 이야기 - 사다함에서 김유신까지, 신라의 최전성기를 이끈 아름다운 고대 청년들의 초상
황순종 지음 / 인문서원 / 2017년 1월
평점 :

"지난날 오누이가 지금은 부부가 되었다.
처는 이러면 안 된다
부부이자 오누이입니다.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P114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 <화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책인가? 했었으나 그와 달랐고, 화랑이 되는 방법이나 그
시대상이 반영된 역사물인가? 했더니 또 그와 다른 이야기였다. <화랑이야기>는.....! 23대 법흥왕부터 30대 문무대왕에 걸친
170년간의 '화랑' 32명에 관한 이야기이자 성골과 진골, 대원신통과 진골정통이 얽히고 섥힌 그들의 이야기였다. 조선을 거친 현대의
우리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문화일지도 모른다. 마치 먼나라의 고대사를 들여다 보듯 그들은 삼촌과 조카가 결혼하고 어제의 오누이가 오늘의 부부로
맺어지기도 했다. 지금은 금기시 되고 있는 근친은 물론 남편이 있는 부인을 바치기도 하고 아이를 가진 여인을 취해 그 아이의 대부가 되기도 하는
낯선 풍경. 이집트 왕족, 인도의 신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들이 우리네 역사 속에 속해 있었다.
'화랑'이라고 하면 학도병처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신라의 꽃청년들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화랑이야기>속 그들은 그보다는 한층 더 복잡하게 얽혀 있으면서 질서보다는 자유를 택한 삶을 살다간 사람들처럼 보여진다. 1대
위화랑부터 32대 신공까지 풍월주 중 익숙한 이름은 총 12명 정도. 그도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접해봤던 이름들이 대부분이긴 했다.
누가 누구의 아들이며, 누구의 부인이자 형제이며 누구랑 결혼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복잡해서 차라리 도표를 보는 편이 이해하기 쉬웠다. 흥미로운
에피소드들도 있었으나 '서프라이즈'나 '천일야화'처럼 좀 더 풍성하게 엮여졌다면 한층 재미나게 읽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살짝 남기도 했다.
때로는 정사보다는 야사가 훨씬 재미나게 읽힌다. 몇몇 화랑은 역사 속 인물이 아닌 이야기 속 캐릭터처럼 각인된
부분들도 있었는데, <화랑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었고 신라에 좀 더 다가설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궁금한 점은
많다. 그래서 화랑에 관한 책들을 좀 더 찾아보고 싶어졌다. 사다함도, 김유신도 이미 예전에 땅에 묻힌 사람들이지만 책 한 권으로 그들이 가까운
이웃처럼 느껴졌다면....눈 앞에 그들의 사랑과 질투, 절망과 탄식이 펼쳐졌다면....너무 과한 상상일까. 청소년들도 쉽게 읽을만큼 짧은 길이로
쉽게 쓰여진 <화랑이야기>는 많은 인물을 담고 있었으나 단 한 번만으로는 다 기억할 수 없기에 조만간 시간을 내어 재벌읽기에 돌입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