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년들의 성공기 - 당당하게 직진하라
서수민.조선희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통해 '촌년들'었다고 다소 쎈 고백을 한 두 여성은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그 이름을 아는 이들이다. <개그콘서트>의 수장이었던 서수민 PD와 연예인들의 사진촬영으로 유명한 조선희 사진작가. 정말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 실은 대학시절부터 룸메이트였고 수십년된 지기라는 사실. 책 제목만큼이나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참 달라 보이는 두 사람이 친하다는 사실도 낯설지만 보통 다른 분야의 일을 하게 되면 소원해지기 마련인데,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가고 가정을 꾸려가면서도 그들의 우정전선은 변함이 없었다. 그 증거가 바로 오늘날의 이 책 <촌년들의 성공기>다.

 

 

 

한번도 만나본 적 없지만 왠지 유쾌한 사람일 것만 같았던 '서수민 PD'는 어느날 혜성처럼 나타나 성공을 거머쥔 줌마PD가 아니었다. 그 그림을 탐내 홍대 미대 학생들이 찾아올만큼 그림을 잘 그리고 피아노연주가 수준급이었다는 재주많은 여자인 서수민PD는 KBS가 11년 만에 뽑은 여자 PD로 입사초기 반짝 주목 받다가 10년의 시간 동안 조직내에서 애매한 상태로 회사생활을 해 왔었다고 고백하고 있었다. 스스로 암흑기라고 표현한 그 시간동안 줄곧 누군가와 싸워왔음을 회상하면서....쌈닭, 종북이라는 말을 들어가면서.....그래도 버텨냈다고. 그랬더니 기회가 주어지고 때가 왔다고 희망을 전하면서.

나영석, 김태호,,,,,스타PD들이 참 많은 세상이지만 유독 여성 PD는 아무리 떠올려도 서수민 PD한 사람만 떠오른다. 그 존재감, 역량이 예능을 즐겨보지 않는 내 귀에까지 들려올 정도이니 참 대단하다 싶지만 정작 책 속에서 그녀는 스스로가 상처도 잘 받고, 자존감도 낮고, 쿨한 것과 거리가 멀다고 이야기한다. 그 소소한 고백들로 인해 나는 인간 서수민이 참 좋아졌다.

 

 

책 속 두 여인은 분명 성공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는 지름길을 알려주기 위해 쓴 책이 아님은 서문만 읽어보아도 대번에 알아챌 수 있다. 그 보다는 좀 더 인간적인 고백과 시련 앞에서 무너지고 일어서고를 반복했던 젊은 날들로 채워져 있었다.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전공도 아닌 길을 선택하면서 치열하게 살아남아야했던 그들의 20대, 30대는-. 그래서 성공한 지금보다 꿈틀꿈틀, 꼬물꼬물 선택한 길을 향해 나아갔던 지난 날의 도전에 더 눈길이 머물 수 밖에 었었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을 보면 막연한 부러움이 일지만 이렇게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용기를 얻게 되는 건 인간이라 어쩔 수 없나보다. 그들의 지난 날은 땀냄새 투성이였지만 그 얼룩진 얼룩마저 내 것과 닮아 있고 내 친구들과 비슷해 나는 오히려 이들이 더 좋아졌다. 고백의 힘은 참 세다. 결과물이 아닌 그 사람 자체에 관심을 두게 만드니까.

 

책을 읽는 내내 몇몇 문장들이 눈길을 후벼팠는데, 가령 '인연이라면 오래 함께 할 것이고, 인연이 아니라면 자기 발로 나갈 거야. 그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야. 그저 인연일 뿐'(P243) / '간절함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으니까...열정이 클수록 그것이 식는 속도도 빠른 법이지'(P242) / '세상에는 수많은 성공 스토리가 있어..포기하지 말고 계속 버틸 수 있어야 돼. 니가 뭘 하려는지 명확하다면 언젠간 그 꿈을 이룰 기회는 반드시 올 거야'(P71) 이런 문장들은 삶이 선물한 명언들이리라. 그래서 그들은 "서툴러도 직진하라"고 충고하고 있나보다.

 

 20대에 읽었다면 이 책! 느낌이 어땠을까. 30대에 읽는다면.....!!! 그녀들의 성공기는 어느 나이때에 속했나에 따라 그 울림이 분명 다를 것이다. 하지만 가장 좋은 효과는 열정이 식어 불이 꺼지기 직전의 숯불 같았던 이에게 이 책이 불씨가 되어주는 순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대한민국이 힘든 요즘, 이 책이 필요한 사람이 참 많이 보인다. 함께 읽고 함께 힘을 내자고 말하고 싶은 책이 바로 <촌년들의 성공기>였다. 보통은 읽고나서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서평을 남기곤 했던 것과 달리......!

 

외모도 쎄(?)보이고 성격도 쎄(?)보였던 그녀들. 조선희와 서수민.
성격이 강해서 버텼던 것이 아니라 버텨냈기 때문에 강해 보이는 것은 아닐까 싶다.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들은 말한다. 예전보다 지금이 훨씬 좋다고. 그녀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이 훨씬 더 행복해보이는 그녀들에게 지난 날은 부족했으나 불행하지는 않았던 어느 날들이었을 것만 같다.

 

 

아쉬운 점은 이 책을 읽으면서 중학시절 단짝이었던 친구 하나가 떠올려졌다는 거다. 하얀 얼굴, 까만 얼굴, 감성적, 이성적...남들이 보기엔 너무 달랐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던 친구 은영이와도 이렇게 오래된 벗으로 남았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후회가 남았다. 전공과 학교가 달라지고 직업이 달라지면서 서로 바빠 연락이 뜸하다 헤어지게 되었지만 삶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하게만 여겼었는데, 이 두 사람의 우정을 보니 우리는 왜 그 시간을 함께 추억하며 서로를 응원하지 못했나 싶은 아쉬움이 남았다. 혹여 나처럼 <촌년들의 성공기>를 읽고 이름 하나가 떠올려지는 사람이 또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