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캐릭터 하나가 작품 전체를 살리는 경우가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탄탄한 스토리와 만나면 최강의 시너지를 내기
마련인데, <지옥이 새겨진 소녀>가 바로 그 증거다. '독일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라는
극찬을 받고 있는 '안드레아스 그루버'의 전작을 읽고, 다음 작품이 과연 전작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궁금했었다.
첫 작품이 독자에게 너무 강렬하게 어필되어버리면 후속작들은 전작의 담 아래에서 광합성을 차단 당할 경우가 있는데, 이는 독자로서도
아쉬워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로 몇몇 작가의 경우, 첫작품의 충격이 너무나 거대해서 다음 작품들의 빛까지 다 흡수해버리곤 했다.
아쉽게도.
하지만 매력적인 프로파일러 슈나이더 시리즈는 이 불안감을 시원하게 잠식시켜버렸다. 자신의 어머니가 연쇄살인범의 손에 살해되어
그 사건 속으로 뛰어들었던 여형사 자비네를 연방범죄수사국으로 데려온 슈나이더는 미끼를 던지는 노련한 사냥꾼처럼 교묘하게 그녀를 몰아갔다.
반면 두 개의 강줄기가 만나 큰 물길을 만들듯 빈에서는 검사 멜라니 디츠가 등에 단테의 신곡을 문신하는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었다. 살아서 도망친 어린 여자아는 멜라니의 가장 친했던 친구의 실종된 딸이었던 것. 클라라 외에는 하나같이 시신으로 발견되는 소녀들을
감금한 사나이는 누구였을까. 범인은 왜 하필 지옥 문신에 집착하는가.
꽤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읽게 만드는 <지옥이 새겨진 소녀>는 문장의 길이가 짧고 깔끔한 문체 덕분에 눈의 피로감도
잊은 채 탐독했던 소설이다. 다만 마지막 장에서 '피트 반 론'이 언급된 걸 보면, 다음 권에선 피트 반 론이 키맨이 아닐까? 당분간 계속 될
슈나이더 시리즈. 부디 오래오래 집필되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