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카만 머리의 금발 소년 스토리콜렉터 37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세여자와 금발의 꽃미남 연쇄살인범, 거기에 까칠한 아웃사이더형의 천재 프로파일러, 마지막으로 잔혹한 동화 한 권.

 


2013년 독일 최고의 범죄 소설로 꼽힌 <새카만 머리의 금발 소년> 은 국정농단의 충격도 잠시 잊게 만들만큼 치명적인 소설이다. 매끄럽게 번역된 문장, 각각의 캐릭터가 보유한 차별성, "내가 왜 그녀를 납치했을까? ...48시간 만에 문제를 풀지 못하면..."이라고 던진 납치범의 수수께끼. 하지만 그 촉박한 시간 속에 갇히지 않도록 작가는 꼼꼼하고 영리하게 인물들을 잘 움직여대고 있었다. 그가 짜놓은 판 위에서-.

 

 

 어린 시절 엄마 아빠의 이혼을 겪었고 최근에는 친언니와 형부가 이혼하는 과정을 지켜봐야했던 말단 경찰 '자비네' 앞에 나타난 괴짜 프로파일러 마르틴 슈나이더. 영드 <홈즈>에서 열현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바로 떠올려질만큼 바짝 마르고 큰 키에 시큰둥한 말투. 자기 중심적이지만 날카로운 직관. <슈나이더 시리즈>가 나올만하다 싶어지는 대목이었다.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이런 사람은 튀기 마련이니. 100% 새로운 캐릭터는 아니지만 이런 유형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작품 속에선.

 

 

▷ 자비네 : 퇴직한 전직 학교장이었던 엄마가 '더벅머리 페터'(살인범의 별칭)에게 살해당했다. 잉크를 목구멍에 들이부어 질식사 시킨 뒤 바흐를 연주한 미친놈을 잡기 위해 자비네는 마르틴 슈나이더에게 자신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했다. 그리고 결국 그와 함께 사건 속으로 뛰어들었다. 아버지가 살인범으로 몰리기 전에 그를 잡기 위해서. 조카가 셋인 덕분에 살인범이 동화 <더벅머리 페터>의 순서대로 살인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 헬렌 : 그리스키르헨에서 상담치료실을 운영하며 보내던 평화로운 일상은 '더벅머리 페터'의 선물이 도착한 순간 산산이 부서졌다. 그가 보낸 반지낀 손가락은 위장을 하고 찾아왔던 남편의 내연녀의 것이었고 살인범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하면 내연녀는 열 손가락이 다 잘린 채 살해당할 위험에 처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의 부정을 알게 된 날, 그녀는 최선을 다해 그 여자를 구해야하는 운명에 처해졌다. 하지만 고약하게도 답을 맞히면 다음 희생자는 바로 그녀 자신이 된다. (이 대목이 가장 화나는 부분이었다. 부정을 저지른 프랑크는 끝까지 멀쩡했다. 그의 손가락이 잘리든 그를 다음 타깃으로 삼든 했어야 했다. 더벅머리 페터는)

▷로제 : 바흐가에 사는 신경 정신과 닥터. 마흔의 나이에 유부남의 아이를 임신 중이며 정기적으로 그 아내의 상담실로 변장한 채 찾아가 거짓 상담을 듣고 있는 중. 위험한 내담자인 금발 머리와 상담을 진행하는 도중 무리수를 두어 거짓말을 했고, 결국 납치되어 손가락이 잘리며 구조를 기다리게 된다. 동화 속 '손가락을 심하게 빠는 콘라드'.


세 여자의 이야기가 적당한 순서로 등장해 속도를 맞춰 나가는 <새카만 머리의 금발소년>은 1844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 하인리히 호프만이 쓴 동화책대로 살인이 진행되는 잔혹한 범죄소설이다. 놀라운 건 3세~6세 아동을 위한 동화책의 내용이 너무나 잔인하다는 거다. 10세 이상의 어린이들에게 보여주어도 꿈자리가 뒤숭숭해질 정도인데 대체 하인리히 호프만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동화를 세상에 내어놓은 것일까. 세 살짜리 아들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적합한 그림책을 찾지 못해 직접 그리게 되었다는 그의 정신상태를 도리어 감정해 보고 싶어질 정도였다. 2500만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고전 동화인 <더벅머리 페터>는 공포심을 교육에 이용한만큼 그 역기능도 충분히 고려되어졌어야 했다. 원서 삽화보다 글로 읽는 편이 훨씬 더 상상력을 자극해서 무섭게 느껴졌다.

 

작가에게 경제적인 부와 성공을 함께 가져다준 <새카만 머리의 금발 소년>은 안드레아스 그루버가 시간제로 근무하고 있는 제약회사 사장이 낸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하기 시작한 소설이라고 한다. 직원의 글에 열렬한 지지자인 사장님의 회사에서 일했고 고양이 네마리와 가족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행복한 남자인 그가 범죄소설을 쓰게 된 연유는 무엇이었을까. 제목은 또 왜 이토록 반어적으로 뒤틀어놓은 것일까. 내용은 재미있게 읽었으나 궁금증을 다 풀진 못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나이더 시리즈 다음 권인 <지옥이 새겨진 소녀>에서는 단테의 신곡 지옥편이 등장한다고 해서 주문한 책이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다. 2권에서 슈나이더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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