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송병선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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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최고의 역사소설가가 주목한 한 중국남자. 그는 역사상 가장 유능한 살인 수사관으로 일컬어지는 '송자'다. 같은 동양권의 나도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서양의 소설가는 그 이름을 어떻게 알게 된 것일까.  

세계적인 법의학의 선구자이자 중국 남송시대의 학자인 송자(1186-1249) 는 <세원집록>을 1247년에 5권짜리로 집필했고 이 책은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 보존되어져 내려왔다고 했다. 침략에 의해 많은 문화재를 분식/소실한 우리 역사와 비교해볼 때 이는 너무나 부러운 일이기도 했다.

 

<세원집록>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법의학 기술과 방법, 사용기구와 준비과정, 의례와 법률 등을 집대성한 내용이라는 점도 존경받을만 하지만 그보다는 송자가 해결한 수많은 법의학 사건이 추가되어 있다는 점!!! 경험에 의거한 기록물이라는 사실이 가장 놀라운 점이다. <별순검>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받았던 감동을 <시체 읽는 남자>를 읽으면서 이어나가고 있다.

<세원집록> 한 권만으로는 이 멋진 소설이 완성될 리가 없다. 송나라 시대의 의학, 교육, 건축, 음식, 소유권,척도법과 국가 조직은 물론 관제까지 철저하게 조사된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쓰여졌다고 안토니오 가리도는 고백하고 있다.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제법 익숙한 밀접 국가인인 내게도 중국의 역사적 인물에 대해 설명해 보라는 요청은 매우 어려운 질문일 수 밖에 없다. 하물며 서양인이...그것도 저 멀리 스페인인에게는 얼마나 생소하고 낯설었을까.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는 < 시체 읽는 남자 > 라는 역사소설을 완성해냈고 살인사건, 배신과 음모, 계략 이 글의 흥미를 북돋우는 양념이 되어 매우 재미있게 읽혔다.

미신을 믿던 시대에서 과학적인 검시, 증명으로 죄를 밝혀내는 일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 같지만 소설 속 송자는 훌륭하게 해냈다. 가족의 누명도 벗기고 재상의 살인범까지 찾아내면서 추악한 권력자의 얼굴 위 가면을 벗겨냈다.

 

 

 

줄거리를 간단히 덧붙이자면


린안에서 판관의 범죄 수사를 돕는 한 편 국자감에서 교육 받고 있던 '송자'는 할아버지 사후, 가족과 함께 고향으로 내려와 농사를 짓게 되었다. 다시 린안으로 돌아가고 싶어 아버지를 졸랐지만 묵살 당했고 심지어 마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송자의 형 루가 연행되기에 이르렀다. 이 사건으로 가족을 몽땅 잃게 된 '자'는(여동생도 결국 나중에 죽음) 가난하고 비루하고 배신당하는 밑바닥 삶을 전전하다 칸 내상과 밍교수를 만나 다시 살인사건을 맡게 되었다. '시체 판독가' 라는 명성을 얻으면서. 그 와중에 옛 상관인 펭판관과도 만나게 되면서 과거 가족을 덮쳤던 불우한 사건이 조작된 것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제 그는 살인자로 고발되어 황제 앞에 섰다.....!! 중국 드라마를 보듯 정신줄 놓고 읽게 되는 <시체 읽는 남자>를 두고 왜 압도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지 이제 알 듯 하다. 읽는 동안 작가가 서양인이라는 사실도 잊고 있었다.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각각 상을 수상한 이 작품에 쏟은 작가의 정성과 집요한 고증은 한 문장, 한 문장에서 여실히 드러나 있어 경의를 표하게 된다. 게다가  "수사관은 반드시 심지우심하고 현장감험해야 한다"는 송자가 전하는 교훈은 현재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두가 제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최선을 다해 행하는 것. 대한민국의 훌륭한 국민 모두가 아는 이 사실을 단 한 사람!! 간과하고 게을리해서 나라를 위태롭게 만들고 국민을 화나게 만든 그 한 사람은 그 옛날 송나라 시대를 살았던 사람보다 낮은 의식 수준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훌륭한 소설가가 우리 역사의 위대한 인물들에게도 관심을 좀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민초 한 사람에게만 주목하더라도 훌륭한 의식을 가진 인물들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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