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수전에 말 걸다 - 부석사와 사랑에 빠진 한 교사의 답사기
전광철 지음 / 사회세상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부석사'라는 작품을 보고 영주 부석사에 다녀온 적이 있다. 당시 영주에서 살고 있는 현지 지인의 안내를 받아 편하고 꼼꼼하게 보고 왔는데, 상상했던 것보다 오래된 고찰이었다. 모두 입을 모아 극찬하는 은행나무 나목길에 대해서도 특별한 감흥이 없었던 건 아마 가을이 아니어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관점이 변하기 시작했다. 돈을 많이 써서 화려하게 도색해놓은 절보다는 낡고 오래된 모습 그대로의 얼굴과 만날 수 있는 사찰이 훨씬 더 정감이 갔다.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나무 기둥을 만져보고 그 마당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500년 전, 혹은 1000년전 하늘을 느껴보는 것! 그런 마음으로 여유롭게 거닐다 올 수 있는 사찰이 더 좋아졌다. 그래서 부석사도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삶은 소유가 아니라 나눔이고,
나눔은 단지 나를 비움이 아니라
다함께 행복해짐이라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알았다
p4

 

 

스스로를 칭하길, 역사학자도 아니고 문화재를 전공한 사람도 아니라는 저자는 꽤나 자세하게 부석사의 역사와 그 모습을 전하고 있는데 여행 당시 그저 스쳐 지나기만 했던 일주문에 '태백산 부석사' 라고 쓰여 있다고 알려주기도 했고 그 뒤 현판에 '해동화엄종찰' 이라는 으뜸 사찰을 의미하는 문장이 적혀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아! 이 책을 읽은 다음 부석사를 방문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후회가 파도처럼 밀려든다.



절은 불교 이론에 근거한 건축물이라지만 종교와 상관없이 유럽의 오래된 성당들을 여행하듯 우리네 사찰 역시 종교와 무관하게 다가가 역사와 건축미를 느끼다 오면 되는 곳들이다. 약간 후회 되는 건 입구에 세워진 '당간지주'를 그냥 쓰윽 지나쳐 버렸다는 거다.

 

 

 

'당'이라는 깃발의 깃대를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돌기둥인 '당간지주'는 원래 일주문 아래에 있어야 정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부석사의 당간지주는 일주문 위에 위치하고 있다고. 4m 28cm나 되는 당간지주를 그냥 지나침으로써 나는 상상해 볼 수 있는 수만가지를 놓쳐 버렸다. 그래서 참 아쉽다!!

 

엘리베이터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걸음을 많이 옮겨야되는 돌계단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가을 부석사의 돌계단길은 그 오름이 너무나 아름답고 석축의 미를 즐기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에 적당해 전혀 지루해질 틈이 없어 보인다. 기술에 앞서 그 정성과 노력이 얼마나 겻들여진 곳들인지...! 큰 돌 틈 사이로 자잘한 돌멩이들을 끼워 만든 대석단의 사진을 보며 또 한번 감탄하고 마음으로 감동의 여운을 남기게 된다.


그저 낡은 절이라고만 생각했던 '부석사'는 평범한 부분이 한 곳도 없었던 것이다. 적어도 '팔작지붕'과 '맞배지붕','우진각지붕'에 대한 지식만 가지고 방문했더라면 범종루의 팔작지붕과 맞배지붕 위치를 보며 크게 감명받고 왔을텐데.....! 아는 만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죽을때까지 배움을 멈출 수가 없다.

 

 

그래서 부석사에 다녀온 사람보다 앞으로 여행갈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어졌다. 운치가 멋진 그 길을 따라 오르기 전에 <무량수전에 말 걸다>를 예습처럼 학습하고 다녀오면 곳곳에서 찬성을 자아내다 올 수 밖에 없을테니.

 

예전에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홍준 교수님과 함께 경복궁 다시 보기를 한 적이 있는데,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지나치는 것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을 그날 깨달았던 것처럼 이 책을 읽고 부석사를 가는 것과 읽지 못하고 가는 것과의 차이는 굉장히 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꼭 이 책을 읽고 '부석사'여행 한번쯤은 2016년이 저물기 전에 꼭 다녀오라고 주변 지인들을 독려해야겠다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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