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 작가 위화가 보고 겪은 격변의 중국
위화 지음, 이욱연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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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작가 위화의 글은 조용하면서도 묵직한 힘이 느껴지는 글이다. 마치 사람 몸통만큼 커다란 붓에 먹을 듬뿍 묻혀 한 글자를 힘있게 내리 찍는듯한 무게감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글이어서 좋다. 인생의 화두를 던져주는 글들처럼 그의 글 역시 읽고나면 많은 생각들을 머릿 속에 남긴다.그래서 결코 가볍게 읽고 지나칠 수가 없다.

 

 

사실 <허삼관 매혈기>보다 <인생>을 감명 깊게 읽었고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를 위시 리스트에 남겨두기도 했지만 어느 글을 읽더라도 '위화의 분위기'는 감춰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가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라는 산문집을 통해 대중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에도 귀를 기울이게 된다. 중국인이 아니라고해서 공감할 수 없는 것도 아니므로.


최근 40여 년 동안 빠르게 변한 중국의 겉모습에만 치중했다면 작가의 책을 읽고서는 그만큼이나 중국인의 심리 변화 또한 변해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서의 빈부격차는 바로 이런 것이었다. 어린이날의 맞아 진짜 비행기를 선물받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흰 운동화를 갖기를 소망하는 아이의 삶. 유럽인이 400년간 겪은 격차를 불과 40년 만에 겪은 중국인들의 삶은 그 광활한 땅의 너비 만큼이나 커서 혀를 두르게 만들지만 한편으로는 한없이 슬퍼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변해가는 중국에 대해서만 한탄하고 있을 작가 위화가 아니다. 책 속에서 그는 자신이 부조리 소설을 썼지만 부조리파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소신 발언을 하기도 하고, 윌리엄 포크너의 명성 뒤에 가려진 흑역사 몇 개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언 매큐언, 알렉상드르 뒤마가 등장하고 부조리 소설과 사실소석의 차이점을 극명화 하는 등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는 평탄하게 읽는 가벼운 에세이가 아니라 일상의 생각이 담긴 에세이면서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는 일기요, 소양을 기록하는 인문서의 복합적인 장르글 처럼 읽힌다.



스스로의 창작에 관해서는 '중국인의 일상생활에서 출발해, 정치, 역사, 경제, 사회, 체육, 문화, 감정....등을 거치고 다시 중국인의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간다고 밝히면서 중국인의 삶과 자신의 글을 한몸처럼 이야기하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사랑하면, 얼마나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면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설령 대한민국에서 시작해 대한민국으로 끝나는 글을 쓰더라도 스스로의 글을 두고 이렇게 터놓는 대한민국의 작가는 본 일이 없는데.....!



사랑한다고만해서 맹목적이다라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애정과 비판을 동시에 쏟아놓는 작가가 바로 위화다. 그래서 한결 존경스럽다. 그의 모든 글, 모든 책을 탐독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껏 읽은 작품들은 하나같이 한결같아서 좋았다.

 

 

 

날카롭게 사회를 비판하는 작가들이 국가별로 생존해 있다는 것은 그래도 그 국가가 망조가 든 것은 아님을 반증하는 증거라 생각된다. 지켜보고 바른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 좌초되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요즘 시끌시끌한 대한민국에 대한 걱정밥상에 숟가락을 하나 더 얹게 된다. 나라꼴이...나라꼴이....해학으로도 감쌀 수 없는 이 슬픈 모멸감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이 책을 읽고다니 한결 더 부끄러워졌다.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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