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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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저>의 개봉기념으로 OCN에서 영국드라마 <셜록>의 전편을 연속방송해주고 있었다. 운 좋게도 그 밤에 깨어있어 명추리를 이어 볼 수 있었는데, 감동은 몇 번을 보아도 가시질 않았다. 좋은 드라마는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모양이다. 베이커가에 사는 크고 마르고 예민한 탐정 셜록. 일반인들과는 다르게 살고 있지만 그는 멋진 캐릭터였다.

 

셜록만큼 멋진 형사가 있다. 노르웨이 국민작가 '요 네스뵈'의 손에서 창조된 해리 홀레. 잘생긴 근육질의 훈남 형사도 아니고 영웅적인 면모를 지닌 형사도 아니지만 땀냄새 풍기고 사람냄새 나는 그의 매력에 빠져 '해리 홀레 시리즈'를 빠짐없이 읽고 있다. 단번에 사건을 해결하는 천재도 아니고, 추리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명탐정도 아니지만 발로 뛰고 구르기도 하면서 범인에게 다가가는 그 모습에 매료되어 보고 또 보고 있다.

 

신작 <바퀴벌레>는 작가가 방콕에서 쓴 소설로, 땀에 젖은 채 몰입해서 쓰고 또 썼다고 고백하고 있지만 어딘가 낯설다. 우선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서늘함을 느낄 수 있는 노르웨이가 배경이 아니었고 젊은 해리 홀레가 등장한다. 2014년 인터뷰에서 그는 파리/뉴욕을 제외한 도시를 찾고 있었는데 '방콕'이야말로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으며 완전히 사라질 수 있는 도시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말 두 달간 방콕에 머물며 집필했던 그는 사실 <바퀴벌레>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작 <박쥐>의 성공이 준 부담과 더불어 '도시'하나만 정하고 가서 빨리 써 버린 소설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노라고. 지금이야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꽤 괜찮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아니라고 인터뷰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작가에게 미안하지만 독자인 내게도 <바퀴벌레>는 최고의 작품이 아니었다. 요 네스뵈의 글 중 여전히 최고는 <스노우맨>이므로. 그래도 과거로 타임슬립하듯 해리 홀레의 젊은 시절의 지켜보는 것 역시 재미있긴 했다. 미래의 그와 과거의 그는 같은 사람이되 다른사람처럼 살고 있었으니까.

 

소설의 도입부에서 태국의 사창가가 등장하고 아주 어린 소녀들이 아버지의 손에 팔려 매춘인생을 사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가슴 아프게도 딸의 인생을 몇 푼 돈과 바꾸었으나 아버지의 살림은 그닥 나아지지 않은 듯 하다. 딤도 그런 소녀 중 하나였다. 열다섯에 미스 윙에게 팔려온 딤이 발견한 건 주태국 대사로 온 노르웨이 남자였지만. 이어 호출되어 날아온 해리는 낯선 땅, 낯선 문화라는 핸디캡을 딛고 살인범을 찾아내야만 한다. 여동생을 성폭행한 놈을 잡기 위해서는 이일을 멋지게 해결해야만 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몰입해서 읽을 수가 없어서 시간을 충분히 두고 읽었더니 마치 퀼트 조각을 잇듯 스토리를 이어붙여 이해해야만 했다. 읽기를 방해한 요소는 무엇이었을까. 그토록 기다렸던 '해리 홀레 시리즈'였는데......!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 천천히 읽어야겠다. <바퀴벌레>를 곱씹고 곱씹다보면 이야기의 단물을 흡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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