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리본
헨닝 망켈 지음, 홍재웅 옮김 / 곰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꼬박 이틀을 잡아먹었다. 핸드폰의 소리도 무음으로 죽여놓고 밥 먹는 시간도 잊은 채 꼬박 이틀 동안 집중해서 읽은 헨닝 망켈의 <빨간 리본>은 제프리 디버의 크라임 소설에서 놀라곤 했던 '전문성'과 요코미조 세이시의 밀실트릭에서 보여주었던 '재미'를 합쳐놓은 것 같은 괴물소설 이었다.

요 네스뵈, 스티크 라르손 만큼이나 뛰어난 소설들을 집필해온 헨닝 망켈은 1948년 스톡홀름에서 태어나 스웨덴 북구에서 어린 시절을 내며 16세에 학교를 그만두면서 무대 조연출로 경험을 쌓으며 여러 편의 희곡과 소설을 써왔던 작가였다. 그동안 번역본이 없던 것이 이상했을만큼 유명했고 그 작품의 내용 또한 가볍지 않아 좋았다. '모방범' 시절의 미야베 미유키처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냉철한 작가였다.

 

특히 쿠르트 발란데르 형사 시리즈로 유명한데 그 마지막 권인 <불안한 남자>를 최근에 읽은 바 있다. 하지만 빨간 리본은 그 어떤 작품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감히 몇 년 간 읽은 소설 중 최고!! 라고 칭하고 싶을 정도였다.

 

스토리는 간단하지 않았다. 자식들은 장성해 모두 곁을 떠났고 남편과 단둘뿐인 집에서 섹스리스로 1년 째 살고 있을만큼 서로에게 무덤덤해진 위태로운 권태기를 보내고 있던 비르기타는 판사로 재직 중이다. tv 텍스트 뉴스를 보던 중 눈에 띄인 어느 노인 마을을 학살 사건이 자신과 무관하지 않음을 직감한 그녀는 열 아홉명이 살해 된 마을로 향했다. 그곳에서 사건을 접했지만 범인에 대한 윤곽조차 잡지 못한 채 돌아와야했고 이야기는 사건을 쫓는 판사, 1863년 형제들 중 홀로 살아남아 흙수저 노예 삶을 영위했던 '싼', 조상의 복수에 눈이 멀어 친누나까지 사살한 사이코패스 야뤼의 이야기로 크게 나뉘어져 있다.

 

단순히 끔찍하게 살해된 노인들의 치정극의 범인색출을 기대했다면 딱 그까지만 읽어도 좋다. 하지만 1863년 미국의 철로 건설 현장으로 팔려와 노예처럼 부림당하던 사람들의 고통스런 삶, 변화하는 중국내부의 혼란, 철퇴를 휘두를 것 같은 스웨덴 법구조의 구멍에 이르기까지...심각하게 대두되는 문제점들이 행복지수가 높다는 북유럽에서도 자행되고 있었다는 점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스웨덴 대문호의 소설 <빨간 리본>을 좀 더 경건한 마음으로 읽어 두어도 좋을 듯 하다. 누가 범인인가? 에 치중하기 보다는 어떻게 이런 일들이 자행되었나에 분노를 느껴야 마땅한 소설 한 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결말과 상관없이 참 많은 생각들을 머릿 속에 담게 만든다. <여명의 눈동자>를 읽었을 때와 비슷한 마음 상태라면 그 감상이 상상이 될려나. 실제 사건 두 건을 엮어 상상의 나래를 펼쳐 완성했다는 <빨간 리본>은 의심할 여지 없는 역작이다. 다소 복잡하고 방대한 스케일로 독자를 압도하기도 하지만 절대 헷갈리게 만든다거나 가독성을 떨어뜨리지는 않았다.

 

 

인간의 본연의 깊이를 알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다시금 깨달으면서 ...
소설은 참 슬프고도 무서웠지만 그래도 그 시작이 종결지어졌다는 점에서는 안심이 되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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