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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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탐정 김전일의 명대사처럼 "범인은 이 안에 있다!"를 외쳐야하는 것일까. <고백>을 뛰어넘을만한 후작이 나오지 않아 안타까웠던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신작 <리버스>는 꽤 괜찮은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고백>만큼이나 뛰어난 구성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첫문장부터 독자를 충격에 휩싸이게 했던 <고백>보다는 잔잔하게 시작된다. 그래서 자칫 흔히 보았던 일본 탐정 애니메이션처럼 범인이 있고 이를 밝혀가는 과정으로만 보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반전이 등장해 허를 찔린다. 아, 진심으로 놀랐다. 서로가 숨겨왔던 비밀을 모두 털어놓았다고 안심하던 바로 그때 머릿 속을 총알처럼 스쳐지나가는 그 옛날의 그 순간. '아 ! 그를 죽인 것은 그것이었구나!' 내가 후카세였다면 '총맞은 것처럼' 딱딱하게 굳어 소금인형처럼 변해버렸을지도 모른다......한줄기 빛처럼 찾아온 잔인한 깨달음이라니......!

 

 

작은 회사에서 근무 중인 후카세는 단골 커피전문점인 '클로버 커피'에서 현재의 여자친구인 미호코를 만났다. 그 여자친구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고 내용은 <후카세 가즈히사는 살인자다>였다. 답변을 요하는 여자친구에게 어디서부터 어떻게 털어놓아야 할까. 삼 년 전 여름에 일어났던 그 사고를.....

 

 

숙부의 별장이 있는 마다라오카 고원으로 놀러가자고 제안했던 무라이는 당일 늦게 오게 되었고 다니하라,아사미,히로사와, 후카세가 먼저 도착하게 되었다. 태풍으로 비가 몰아치던 밤, 고기에 술을 곁들여 먹던 그들에게 전화벨이 울리고 자신을 데리러 오라는 무라이의 재촉에 히로사와가 총대를 지고 출발하게 되었다. 면허가 없던 후카세는 미안한 마음에 커피에 꿀을 타 가는 길에 쉬엄쉬엄 마시며 안전운전하라고 챙겨보냈고 한참 후, 벼랑 아래에서 차는 불타고 히로사와는 빠져나오지 못했다.



아닌 척했지만 그들 모두의 기억 속에 고이 접어두었던 죄책감이 어느날 갑자기 도착한 편지 한 통으로 인해 현재의 삶으로 떠올라버렸다. 정말 그들 중에 이 편지를 보낸 사람이 있는 것일까. 그러고보니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얼마전에 읽은 적이 있다. 역시 일본소설가의 작품이었던 그 소설 속에서는 전화가 걸려오면서 어린시절을 되짚어보게 되는 것이 약간 다르긴 하다. 하지만 그 소설이 괴기스러운 분위기와 공포감을 자극한다면 미나토 가나에의 <리버스>는 궁금증과 함께 풀어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만든다.

 

 

결국 후카세는 여자친구가 시작한 일임을 발견하게 되면서 그녀의 추억 속 히로사와가 친구인 자신을 얼마나 특별하게 생각하며 챙겼는지 깨닫게 된다. 그리움과 고마움 그리고 미안함이 교차되는 가운데 끝이라고 생각했던 마지막장에서 '꿀'에 대한 기억이 등장하며 단 한 줄로 독자를 180도 뒤집어 버리긴 했지만.



마지막에 준비된 반전이 정말 신의 한 수 였다. 그래서 그간 <고백>에 견줄만한 작품이 없었다는 아쉬움을 <리버스>가 한방에 날려 버렸다. 그보다는 아니지만 그만큼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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