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놓아줄게 미드나잇 스릴러
클레어 맥킨토시 지음, 서정아 옮김 / 나무의철학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HBO드라마 원작소설인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에는 세 여자가 등장한다. 제인, 매들린, 셀레스트 사이의 연관관계와 한 남자. 그리고 일어난 살인사건.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나는 클레어 맥킨토시의 소설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리안 모리아티(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의 소설이 떠올려졌다.

<너를 놓아줄게>에서는 두 여인이 등장한다. 그녀들은 한 아이의 사고사로 얽혀 있다. 제이콥을 치고 달아난 뺑소니 사건을 다루면서 그 범인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형사들의 이야기와 아이와 남편 없이 홀로 조용한 동네로 숨어들어 살기 시작한 한 여인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처음에는 제이콥을 잃고 사라진 그 엄마라고 생각했지만 해안가의 오두막에서 숨죽이며 살게 된 제나 그레이의 아이는 죽은 채로 세상에 나와야 했다.

그렇다면 누가 5살의 어린 제이콥을 치고 달아난 것일까. 단서나 목격자는 정말 단 한사람도 없는 것일까.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서술로 이어지는 평탄한 범죄소설인가? 할 무렵 의외의 반전이 던져졌다.

제나 그레이의 체포. 그녀가 제이콥을 치었거나 적어도 그 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은 소설을 읽는 과정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기 때문에 허를 찌르는 반전이라 부르기 어렵다. 이 정도까지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사실은 그녀가 현장에 함께 있던 동승자인 동시에 목격자가 아닐까 라는 의구심까지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가 준비해놓은 반전은 더 놀라운 것이었다.

 

짐승. 두 여인의 삶을 파괴한 것도 모자라 아이를 죽인 그의 사고가 우연을 가장한 살인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나는 이안 피터슨 같은 작가가 대한민국에 태어난 실제 인간이었다면 형을 얼마나 받게 될까 짐작해 본다. 10년? 5년? 혹은 그보다는 약간쯤 더!!! 극악무도한 일을 저질렀어도 외국에서 받게 될 실형에 비해서는 한없이 가벼운 것이리라.

과연 정의가 구현된 것일까. 권선징악이라고 말해도 좋을까. 악인이 벌을 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죽음은 확인되지 않았다. 만약 영화로 제작된다면 공포영화의 시리즈처럼 2탄에 나타날까봐 심장이 벌렁벌렁대게 만들 것만 같은 <너를 놓아줄게>는 꽤 두꺼운 한 권짜리 소설이지만 빠르게 읽혔다.

 특별히 많은 시간을 준비해두고 읽어야할만큼 전문적이거나 어려운 내용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냥 물흐르듯 이야기의 순서에 따라 읽고 뒷부분에 준비된 반전대목에서 한번 흠칫하고 악몽에서 깨어나듯 읽기를 끝내면 된다.

약간 아쉬운 점은 행동은 참 사악하다고 설명되어진 그 놈(?)의 악성을 좀 더 디테일하게 묘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악인은 더 악인답게!! 그래서 독자로하여금 치를 떨만큼 나쁜 놈으로 뇌리에 각인시켜 현실세계에서 유사범죄가 일어날 때 공분을 사 좀 더 강력한 법적제재를 가할 수 있게 만들어주면 어떨까 싶어졌다. 하지만 어느 유행어처럼 "소설은 소설일뿐!!".

 

모든 것이 눈깜짝할 새에 끝나버린 사고. 5년이나 홀로 열심히 키운 아들을 한순간에 빼앗겨버린 그 느낌. 아이를 키운 엄마였다면 이 소설은 그저 가볍게 읽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특히 가정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는 여성이라면 두 여인의 삶이 오버랩되어 버릴지도 모르겠다. 더 분노하게 될까. 더 소스라치게 될까. 어느쪽일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소리없는 비명이 반복되는 것 같은 고통과 무기력함이 두 여인의 삶을 어둡게 만들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희망을 갖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여진 듯 하다. 제나 그레이에게도 한 남자의 마수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희망의 빛이 주어졌으므로.

 이 소설은 지능적인 범죄수법이 열거된 크라임 소설이 아니다. 사건을 쫓아 범인을 몰아가는 숨막히는 추격전이 등장하는 범죄소설도 아니다. 그보다는 인간이 상처 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는 그 과정과 용기에 대한 이야기로 읽혀졌다.

전직 경관이었던 작가의 다음 소설이 기대되는 까닭은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일어난 미해결 사건이 모티프가 되었지만 사건 자체에 주목하기 보다는 그 사람에 포커스가 맞추어졌다는 점에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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