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고양이와 소심한 심리학자 - 고양이에게 마음을 들켜버린 어느 심리학자의 이야기
장근영 지음 / 예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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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남들도 나와 같을 것이라고 여기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허위합의 효과'라고 부른다고 한다. 사실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인데...!!! 고양이에게 그 마음을 들켜버린 어느 심리학자가 털어놓는 이야기들은 귀를 쫑긋 세워 듣게 될만큼 재미있다. Y대 심리학과 졸업 후 <딴지일보>에서 영화 칼럼을 썼다는 그의 눈으로 투시되는 고양이들의 삶이 심리학과 접목되어 굉장히 재미난 정보들을 쏟아내고 있다.

 

 

1998년 부부의 첫 고양이가 되어 온갖 고생(?)을 해 온 '소니'에게 초보집사였던 그는 "처음이라 그랬어, 미안"이라고 전하고 있다. 아~ 내게도 그런 말을 건네곤 하는 고양이가 있다. 내 첫고양이 '꽁꽁이'. 덜컥 집사가 되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나는 무척이나 서툴렀고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된 무지했던 지난날에 대한 미안함은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라 더 미안해진다. 저자도 그런 마음이 든 것이 아닐까.

 

 

둔감한 편이라고 생각했던 소니가 두 살 되던 해 데려오게 된 두번째 고양이 똘똘이.
행상 할머니로부터 1만원에 구조해 온 녀석은 "꾹꾹이"와 "쭙쭙이"의 대가였다. 이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심리학을 접목한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일명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 를 통해 보통의 집사들이 포기하거나 받아들인 "쭙쭙이"습관을 고칠 수 있었다고 한다.

 

하고 싶은 걸 반대하면 더 하려고 애쓰는 건 사람이나 고양이나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그 점을 이용한 반심리학적 행동으로 똘똘이가 핥으려 할때마다 저자는 꼭 껴안았다고 한다. 답답하다고 느낄 정도로만. 그랬더니 불편함을 느낀 녀석은 벗어나려 들었고 그냥 놓아주기를 5회 정도 반복했더니 더이상 접근하지 않았다고 한다. 놀라웠다. 생활에 접목된 심리학이라니.....!!

 

 

 

"도움과 간섭의 사이를 가르는 가느다란 붉은 선은 선후관계다
상대가 도움을 청한 다음에 주느냐,
아니면 청하기도 전에 주었느냐.

전자는 도움이고 후자는 간섭이다"
(P93)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혹시 내 고양이에게 도움이 아니라 간섭을 했던 적은 없었을까. 이토록 특별한 동거묘를 불편하게 만든 적은 없었을까. 책을 읽는 동안만 잠시 기억을 되돌려본다. 극성스러운 성격도 아니고 약간은 게으르기까지한 집사여서 깔끔하지 못했던 부분들은 약간 뜨끔!! 스럽지만 그 외에는 있는 그대로의 녀석들의 모습을 인정하며 살았던 것 같아 일단은 안심이 된다. 사람인 나도 '간섭'이 정말 싫은데 하물며 말못하는 얘네들은 얼마나 귀찮고 싫겠는가. 앞으로도 이부분은 조심하며 지내야겠다.

 

 

그저 함께 있기만해도 좋은 친구. 사람친구도 몇몇 있지만 세상 모든 고양이들은 이런 친구인 것만 같다. 타고난 것일까. 미운 구석 하나 없는 고양이 친구들은 참 편하다. 변명하지 않아도 되고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평소에는 간섭하지 않고 살다가 필요한 순간에는 귀신같이 나타나 위로를 전한다. 이런 똑냥이들과 살고 있어 참 행복하다.

 

 

저자의 말처럼 단순히 '실용적인 면'으로만 따지자면 고양이는 합격점을 받기 어렵다. 고양이와 함께 산다고 별다른 이득도 없을 뿐더러 비용대비 효과로는 최악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집도 지켜주지 않고 좁은데 끼여 혼자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며 집사의 피로나 수면 욕구 따위는 무시하고 자기가 필요할 때마다 울어대거나 긁고 넘어뜨리는 경우도 있다. 불러도 오지 않을 때가 태반이며 작업하고 있을 때는 찰싹 달라붙어 일을 못하게 할 때도 많다. 털도 묻히고 문구류를 사냥해서 어느 구석으로 숨겨 버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는 매력적이다. 실용적인 기대나 만족을 주지 못하면 어때!!! 고양이면 되지! 이런 결론에 이르게 만든다. 고양이라는 녀석들은!!!

 

 

심리학을 전공한 저자나 심리학에 대해 무지한 나나 똑같은 결론에 다달았다.
"모든 게 고양이 덕분이다" 라는-. 집사라는 공통점이 도출한 결과다. 16년차 고양이 집사인 소심한 심리학자에게 그들의 고양이는 책을 집필하게 만들었다면 내 고양이들은 내게 무슨 일을 하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쉿! 비밀이지만 분명 있다. 녀석들이 원동력이 된 결과물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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