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2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2
초(정솔) 글.그림 / 북폴리오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연재되는 동안 봤던 몇 안되는 웹툰 중 하나가 '초'작가의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내 이야기 같고, 내 고양이의 일상과 닮아 '어쩜 이리 잘 알지?'라고 감탄하며 매회 보곤 했다.

어느 날엔 웃다가 어느 날엔 또 슬펐고....이 모든 순간이 짧은 추억이 될까봐 마음 졸이며 보았던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

 

역시 글로 배운 사람이 아니라 반려하고 있는 경험으로 그려진 이야기들이어서 감동은 배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초 작가의 '낭낙'이는 그림이 훨씬 예뻤다. 어느 페이지에선가 실제 낭낙이의 사진이 등장하는데 도무지 어디가 눈이고 어디가 입인지 알 수 없을만큼 털이 회색빛인 푸들이었다. 타인의 눈에는 현재의 낭낙이 모습만이 보일 뿐이지만 저자의 가족들에게는 처음 순간부터 현재까지의 추억이 더해져 여전히 아기아기하고 예쁜 그러나 좀 느려진 낭낙이의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 듯 했다.

 

고양이와 개는 참 다르다. 웹툰 속 에피소드 몇 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사랑스러움은 똑같았다. 개를 키워보진 않았지만 p228에서처럼 개들이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싶어하는 건 자기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도로에서 열린 창 틈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개들과 마주할 때면 우선 웃음부터 났다. 그리고 반갑게 인사를 하게 되었다. "안녕, 너 참 빠르구나~"하고.

 

뜬금없는 인사일지 모르지만 그냥 그렇게 인사하게 되었다. 이 웹툰을 보고나서부터는...왠지 개들은 알아들을 것 같아서.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소망은 꼭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솟아나는 것이 아니었다. 고양이와 가족이 되고 길고양이들의 척박한 삶이 눈에 보이게 되면서부터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고, 좀 더 좋은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졌다. 그런 바램이 든 것은 역시 혼자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공존. 참 쉬워 보이는 단어인데 참으로 어렵다. 입장차이, 현실을 고려한 처사,,,,이런 것들은 잠시 내려놓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편을 찾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수는 없는 것일까. 정확하지 않은 보도, 그 보도 하나에 쉽게 동요하는 나라,,,,이런 나라지만 좀 더 좋은 세상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이번 보도가 '독'이 아닌 '약'이 되도록 만들 수 있는 것 역시 사람의 역량이며 결국 사람이 해야할 일인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감정이 매말라 태어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이코패스는 감정을 느낄 수 없다고하지만 얼마전 종영된 드라마를 보면 그들 역시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충분히 교육받을 수 있고 순영향을 끼치며 사람들 속에 섞여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았다.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순간의 결정으로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성인이라면 자신의 행동에 명분을 찾기에 앞서 자연의 흐름에 위배되는 것인지 아닌지부터 먼저 따져보아야 한다는 거다.

 

앞서 언급한 바 있긴 하지만 개와 고양이는 참 달랐다. 특히 나이 든 개 쪽인 '낭낙이'에게 명랑 땅꼬마 '순대'는 어찌보면 참 귀찮은 존재일 수도 있었다. 편안한 노년에 번갯불에 콩 튀긴 것 같은 녀석이 나타나 동해번쩍, 서해번쩍 시끄럽게 굴었으므로. 하지만 그들이 보여준 평화적인 공존의 방식은 사람인 나로하여금 참 숙연하게 만들고 말았다. 너무 자연스러웠다. 다름을 이해하고 조금씩 양보하면서 한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라니....왜 인간은 이렇게 되지 못하고 있나 ? 싶을 정도로.

 

물론 2권에서 보면 낭낙이는 부모님 곁에 남고 작업실 겸 자신의 공간을 마련하게 된 초작가와 함께 독립을 하게 된 순대는 떨어져 지내게 되었다. 하지만 계속 함께 살게 되었다고해도 그들은 평화롭게 잘 지냈을 거라 예상된다.  감동은 같은 에피소드를 함께 공유할때만 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통해 배울점을 발견하고 인간이기에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하는 마음이 들때에도 남겨진다는 것을 초작가의 웹툰을 보고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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