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집 작은 살림 - 매일 단정하게 가꾸는 홀가분한 삶
박현정 지음 / 위즈덤스타일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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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이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작은 배려, 작은 마음, 작은 행복, 작은 가게...가 더 맘 편했다.

그래서 <작은집 작은 살림>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하얀 표지의 예쁜 책을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반갑게도 저자는 고양이를 반려하고 있었고 길냥이들에게 밥을 나눠주고 있는 캣맘이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

 

 

취향도 비슷한지, 그녀도 수국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서툴지만 바느질을 하며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누리며 살고 있었고 많은 것들을 욕심내기 보다 단촐한 살림으로 미니멀하면서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6년 동안 세 번의 이사를 하면서 작은 집을 고수했던 부부는 '새해'라고 이름 붙인 예쁜 개 한마리와 어디서나 봤음직한 친근한 모습의 고양이 '홍이'를 가족으로 맞아 함께 살고 있다.

정갈면서도 먼지 하나 없는 집안을 둘러보며 그녀가 얼마나 부지런한 주부인지 짐작할 수 있었고, "한여름, 시간의 정거장에 내렸다","오랜 기다림 끝에 만날 수 있어, 봄은 더욱 감사한 계절이다"처럼 감성 가득한 제목들을 입으로 읊조리며 그 감성에 동참할 수 있어 좋았다. 수납법, 인테리어, 미니멀리즘적인 삶, 전원 생활에 대한 정보 를 얻고자했던 처음 목적과 달리 한 장, 한 장 구경하는 동안 누군가의 집에 초대되어 온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 나름의 힐링 타임을 가질 수 있어 더 좋았던 책이다.

 

많은 욕심을 내려놓고 사는 삶.
욕심이 비워진 자리에 '안정'과 '여유'가 들어 섰다. <작은 집 작은 살림>은 단정하면서도 참 따뜻한 책이었다. 일상이 그러했고 자연과 동물들과 나누는 하루하루가 그러했다. 무엇보다 욕심부리지 않아 좋았다. "세련되지 않더라도, 값비싼 물건이 없어도 사람의 손이 가고 마음이 닿은 집은 분명 사랑받는 티가 난다"(p10) 이런 문장을 읽으면서 어떻게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림을 그리는 저자의 작은 집은 그 자체가 미니 갤러리인 동시에 홈카페였다. 선반 위 정리된 유리병 하나하나조차 얼마나 멋드러져보이던지......! <내일도 따뜻한 햇살에서>를 본 적이 없어 히데코 할머니의 부엌이 어떻게 생겼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쓰임새에 맞게 정리된 부엌이라는 그녀의 부엌을 저자가 탐내는 걸 보면 무척이나 매력적인 공간인가보다, 그곳은. 그래서 소개된 책을 찾아보았더니 어머나!! 88세, 85세 노부부의 건강한 전원생활이 담긴 책이었다. (다음 번엔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올리게 될 듯 하다)

 

'새해'라는 예쁜 이름의 개는 '설우'와 '달오'가 하늘나라로 돌아간 다음 세번째로 식구가 된 녀석이었다. 먼저 간 걸우로 인해 달오가 외로워할까봐 안락사 직전에 구조된 유기견을 입양하게 되었고 지금은 새해만 남아 8년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고 한다. 상처가 있는 아이를 보듬는 일은 그 대상이 사람이거나 동물이거나 어렵기는 매한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는 물리고 질병을 치료하면서도 녀석을 포기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고마운 대목이었다. 반려동물에 대해 법조차 애매하고 그닥 호의적이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이들부부 같은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져 좀 더 세상이 따뜻하게 변모해갔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백일홍이 한창 피었을 때 아픈 모습으로 찾아와 식구가 되었다는 야윈 고양이 '홍'이는 통통한 성묘가 되어 있었다. 문을 열고 나가면 동네 어디에서나 봄직한 친근한 얼굴인데도 불구하고 '홍이'라는 이름 덕분인지 참 특별하게 느껴지는 녀석이다. '고양이는 참 따뜻하고, 식빵처럼 말랑말랑하다"(p48)는 마음에는 동감. 집사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그 마음이 담긴 페이지가 유독 오래오래 지켜보다가 넘겼다. 이 페이지는.....미소를 머금으면서....

 

리넨 고무줄 치마가 걸려 있는 벽, 한구석에 예쁘게 정리되어져 있는 재봉틀, 텃밭을 관리하기 위해 세워진 삽과 화분들....시골스럽게 보이는 모습들이 대한민국에서 이런 삶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전원적이라 부럽기만 하다. 물론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밖에 자라지 못한 나는 감히 자급자족의 삶은 꿈도 꿔 본 일이 없다. 잘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나 한편으로는 참 부럽다. 누군가 경쟁하지 않아도 되고, 내일을 걱정하기 보다 오늘의 해가 뜨고 지는 순간을 평온한 마음으로 만끽할 수 있는 삶은. 

 

바질 향기가 나는 작은 집 마당에선 오늘도 루꼴라, 파슬리가 자라나고 있을 것이다. 집 안에서는 통통통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올 것이고 그 발치에는 잠든 새해와 여유롭게 식빵을 굽고 있는 홍이가 저자의 곁을 지키고 있을 것 같다. 발걸음을 죽이고 살금살금 다가가 벽에 귀를 대고 그 행복한 소리들을 담아오고 싶을 정도다.

마음을 평화롭게 갖고 살고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줘야지!!!라며 책의 제목을 머릿 속에 저장해 둔다. 화가 박현정의 작은 공간은 햇살품은 사랑이 가득 담긴 집이어서 결코 작아보이진 않았지만...제목은 <작은 집 작은 살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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