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호와 러스티
백수현 지음 / 미메시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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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시호와 러스티>라는 제목을 보니 하나는 아이이름이고 하나는 강아지의 이름인가보다. 책이 도착하기 전까지 이 예쁜 이야기를 펼쳐보길 기다리면서 무척이나 설레었다. 반려동물과 아이가 예쁘게 함께 성장하고 있는 이웃님들의 가정들이 있어 내게도 낯선 모습들은 아니었지만 시호와 러스티가 둘이서 뿜어내는 시너지는 힐링 그 자체였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시호와 러스티>는 분명 반려동물과 아이의 성장일기다. 하지만 초보 엄마의 시선에 담긴 둘의 일상은 따땃한 온기를 품은 에세이형식으로 쓰여졌다. 아이의 육아일기에 점점 살을 붙여 반려동물 라이프가 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한 가정 내의 이야기들이 녹여져 있었다. 포인트로 앞머리 몇 가닥만 길게 자라는 믹스견인 '러스티'는 베이지빛의 순둥순둥하고 배려심 많은 강아지였다. 너무너무 예쁘게 생긴 아이라서 가까이 있다면 나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쓰담쓰담해주고 싶어질만큼 예뻤다.

 

그리고 자기중심성이 강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세 살의 여자아이 '시호'는 빨간 망토를 둘러주면 동화속에 쏘옥 밀어넣어도 좋을만큼 사랑스러움이 넘치는 아이였다. 또한 '개미 구경하기'를 좋아한다는 시호는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면 나무가 시호한테 인사한다'는 예쁜 말을 건넬 줄 아는 아이였고 '괜찮아 엄마, 다시 하면 돼'라는 제법 어른스러운 위로(?)도 전할 줄 아는 꼬맹여서 쿡! 하고 웃음이 났다. 너무 사랑스러워서.

 

eggtree라는 브랜드를 런칭한 엄마는 8개월하고 보름이 지났을 때 이런 감성을 남겼다.
"비로소 느낀다. 엄마가 되었다는 걸. 그리고 심지어 이 역할이 좋아지기 시작했다."(p42)라고. 소담소담하고 아기자기하지만 약간은 소심할 것 같은 서른 넷의 젊은 엄마가 고백하는 고마움들은 일상적이면서도 차분하게 내뱉어진다. 시끄럽고 유별나지 않아 좋다. 진한 색감이 아닌 옅지만 질리지 않는 색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요즘 시호와 러스티는 같이 뒹굴거리고, 같이 놀고, 같이 산책하는 것의 연속이란다. 러스티에게 시호는 어떤 존재이길래 이토록 아끼고 배려심있게 구는 것일까. 니가 사람보다 낫구나! 싶어질 정도였다.

 

가령 시호 장난감에는 절대 입을 안댄다고 하고 낮잠 자러 들어가면 총총 따라와서 발치에 자리잡고, 시호가 울음을 터뜨리면 부엌에서 일하고 있는 엄마에게 와서 알려준다는 똑똑한 개, 러스티.

이런 아이를 대체 어디서 만나게 된 것일까, 싶었더니,,,,,놀랍게도 <서울 대 공원 반려동물 입양 센터>에서 데려온 아이였다, 러스티는.  저자인 엄마가 작은 수술을 받은 후 데려와서 시호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함께 했고 세살이 된 지금까지 가족으로 살고 있다는 소중한 개, 러스티. 시호와 러스티가 함께 찍힌 사진들은 그래서인지 모두 작품이었고 감동이었다. 일상이 묻어나는 이들의 사연을 함께 읽을 수 있어서 나 또한 위로받고 있다. 아이가 생기면 반려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시호와 러스티의 이야기가 그들에게 뜨끔한 일침을 가해주면 좋겠다 싶어지기도 하고.

 

참 아름답고 따뜻한 가족의 이야기와 함께 했다. 하루내내.
내 마음까지 39.5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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