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여행, 수다 - 그 여자의 킨포크 라이프
송인희 지음 / 디스커버리미디어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350대 1의 경쟁율을 둟고 들어간 회사에서 영혼이 먼지 같이 부서져 버렸다는 저자가 서른 즈음에 '좋아하고 있구나'하고 깨달은 리스트를 찬찬히 들여다 본다. 음악, 카페, 골목길, 맥주, 오래된 시장, 활자, 혼자 걷기, 고양이.... 몇 가지쯤 있다. 이 중엔. 내가 좋아하는 것도!!! 하지만 단 한 번도 홋카이도에서 살아봐야겠다. 라고 맘 먹어본 일은 없다. 내 경우엔.

추위를 너무 많이 타는 내게 추운 지방은 머릿 속 지도에서 싹 지워 버려야하는 지역명들이므로. 그런데 저자는 이런 홋카이도에 홀딱 반해 남편과 함께 500일이라는 시간동안 체류했다고 한다. 무엇이 젊은 부부의 발목을 잡아 버린 것일까.

예스24 웹진인 "채널 예스"에 1년 반 동안 연재되었다는 <<홋카이도, 여행, 수다>>는 예쁜  일상들이 담겨 있었다. 특히 순백의 아름다움은 어느 영화에서 본 장면보다 매력적이었다. 안개 낀 온천탕, 눈 내린 설경, 얼어버린 폭포수까지....엘사의 왕국에 도착했나 싶을 정도였다.

 

일상이 여행 같을 수는 없다. 반대로 여행이 일상이 될 수도 없다. 보통의 우리들에겐. 그래서 그 둘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고 그 리듬이 깨어지지 않아야 인생이 서글퍼지지 않는다. 워커홀릭으로 살았던 20~30대의 나를 견디게 만든 힘은 '꿈' 이 아니라 '여행'이었다. 분기별로 국내 혹은 해외로 훌쩍 떠났다가 돌아오곤 했던 그 시간이 나를 견디게 하는 힘이었고 다음날도 두 눈 번쩍 뜨게 만든 공양미 삼백석이었다.

 

홋카이도에서 열여섯 달을 보낸 저자에게도 '여행'은 휴휴시간이었을까. 날씨처럼 예측이 불가능했다던 홋카이도의 일상. 낯선 곳에서의 삶이 그리 간단하진 않았지만 아주 어려웠던 것도 아니라면서 용기를 전하고 있다. 단지 한국에서의 삶을 내려 놓았을 뿐이라고. 안정적인 삶을 버리고 택한 홋카이도행에 대한 만족도는 반반이라고 고백하고 있는 그녀는 그 달콤했던 삶을 뒤로하고 다시 되돌라왔다. 왠지 시간을 되돌려 선택의 기로에 다시 선다고 해도 역시 같은 선택을 할 것만 같은 저자는 책의 표지에 "사표","홋카이도" 해시태그를 나란히 걸어두었다. 보는 순간 웃음이 나도록.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고 했던가. 사표는 그렇게 그녀에게 다른 기회의 문을 열어주었나보다. 홋카이도라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