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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평점 :
무라카미
하루키.
사실
<노르웨이의 숲>을 읽고나서 '이 작가, 대단하다!!'고 느꼈더랬다.
하지만 이후 그의 작품들을 줄줄이 읽으면서 "와, 너무
좋아~"라기 보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니까"가 되어 버려 읽기를 중단했다. 나에게 있어 책읽기란 어떤 장르의 글을 읽든 읽는 순간 가장
행복해야하는 순간이므로 다른 생각이 껴 들었다는 건 어느 정도 머릿속에 여지가 생겨버린 것을 뜻하므로 그럴 때는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건 브랜드
네이밍이 있는 책이건 간에 그 읽기를 속히 그만두고 만다.
장르 불문하고
활자중독자처럼 읽어대는 모습을 보고 읽는 것에 있어 까다로움이 없는 사람이라는 주변의 평가를 받고(?) 속으로 슬쩍 웃음지은 적이 있다. 정말
그럴까? 단순히 말을 입밖으로 내뱉지 않는다고 해서? 평가와 판단, 통설 등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경험한 사람이라면 타인에 대해 쉽게
직화하려들지 않을 것이다. 아마.
그래서 기존에 그에
대해 알고 있던(여러 권의 책을 통해 알게된) 사실들은 뒤로 하고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라는 책제목에 맞게 우연한 기회에 작가가 되어
소설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 가까운 나라 일본에 사는 어느 아저씨의 회고담을 읽듯이 읽기 시작했다. 이 책-.
살아온 세월을
반영하는 것이 얼굴이라고 했던가. 사진은 표정이 멈추어 있는 순간의 포착이라 작가의 표정변화가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단호한 표정으로 찍힌
흑백사진 속 그는 참 단단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의지가 결연한 사람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을 사람. 관상학에 조예가 깊지 않아 적중률이 얼만큼
될지 알 수 없으나 그 모습은 그가 쓴 에세이 속 문체와 다르지 않아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글의 모습과 사람의 모습이 동일했다.
P74 새삼스럽게
말할 것도 없는 일이지만, 후세에 남는 것은 작품이지 상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에서도 논란이
적지 않았던 문학상에 대한 구설과 시시비비가 일본에서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었나보다. 스펙처럼 붙는 '수상'에 대한 솔직한 심정, 그동안 문학상
심사위원을 계속 거절해왔던 이유, 만전을 기하며 사는 삶의 중요성, 스스로가 고양이적인 인격이라고 말하는 까닭, 개인의 시스템과 일본 교육에
대한 가감없는 소신적 발언 을 읽으면서 어느새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보다는 그의 에세이를 기다리는 독자로 변해버렸구나! 를 깨닫게 되었다.
편했다. 읽는 내내-.
적잖이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구나 느껴져 한결 그가 좋아졌다는 것이 더 솔직한 느낌이기도
했다.
간혹 그는 실생활에서
'지극히 보통의 인간'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별것 아닌 일에 상처 받기도 하고, 거꾸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놓고 나중에
끙끙거리며 하며 유혹엔 쉽게 넘어가면서 따분한 의무는 달갑지 않아하는 남자. 사소한 일에 일일이 화를 내기도 하는 아저씨. 되도록 변명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때로는 무심코 입 밖에 내뱉기도 하는 그런 사람.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닌 인간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런 사람이라고 스스로
고백하는 모습에서 '우리와 다르지 않구나' 느꼈다면,
소설가가 직업인 그는
하루 다섯 시간 가량을 과묵한 집중력을 배가시키며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면서 조깅까지 거르지
않는 자기관리가 철저한 직업작가였다. 도저히 스물 아홉이 될때까지 작가를 꿈꿔본 적이 없다는 말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쓴다는 것'을 소중히
여기며 즐기는 사람이어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으며 왜 이 책이 좋아졌는지 그 이유를 발견했다. 인간적이면서도 전문적인 작가.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것을 꺼려하지는 않으나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오해없이 피력하려고 애쓰는 모습에서 '타인에 대한 혹은 독자에 대한 배려'가
느껴져서였다.
만약 '무라카미
하루키'로 살아온 35년의 시간을 이토록 담담하게 털어놓은 책이 아니었다면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누구를 위해서
쓰는가,
어떻게 쓰는가,
그리고 왜
소설을 지속적으로 써내는가,
소설을 쓰기 위한 강한 마음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법서처럼 쓰여졌다면 얼마나 실망하고
말았을지.....!
한 사람의 소설가가
쓴 책 한 권을 읽었다. 소설이었다면 색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밥으로 먹고살기 힘들다는 세상 속에서 꾸준히 삼십오 년을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글로 밥벌이를 해 오고 있는 소설가였다. 그런 그가 글과 함께 해 온 인생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책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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