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용
최항기 지음 / 세나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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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강의 주제는 뭘까?' 기대감 한껏 고취시키며 보고 있는 특강 프로그램이 있다.

tvN [어쩌다 어른 특강쇼]를 통해 역사(설민석) + 인문학(최진기) + 기생충학(서민) 강의가 있다는 프로그램 홍보를 접한 뒤, 특강 시간이 되면 다른 모든 일에서 손을 놓고 집중 하며 강의를 눈과 귀로 즐기고 있다. 실로 오랜만에 접한 특강이어서 개인적으로는 설레는 마음으로 시청중이다. 그 중 설민석 강사가 소설[처용]을 접한다면 주인공에 대해 어떤 재미난 스토리텔링을 풀어놓을지 궁금해졌다. 문득-.

 

용왕의 아들, 아랍인, 바람난 여인의 남편, 처용가를 남긴 남자, 퇴마사....우리가 알고 있는 처용의 모습은 대충 이러하다. 달이 밝은 서라벌에서 밤늦도록 놀다왔더니 부인이 바람이 나있더라는 내용의 '처용가'를 공부하며 어린 마음에 이 남자는 왜 사랑하는 부인을 놔두고 밤늦도록 놀다온 것일까? 라는 의문을 품었더랬는데, 시험점수와 연결되는 의문은 아니다보니 어른이 된 지금까지 그 궁금증이 풀어지지 않은 채 가슴 한 켜에 접혀져 있었더랬다. 그래서 작가의 [처용]을 펼치며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품게 되었다.

 

특이하게도 소설 속에서 '처용'은 노래하는 남자로 등장한다. 사람들 속에서 술을 즐기는 호방한 이미지가 아니라 당나라 장안 인근에서 태어나 절 앞에 버려져 스님 손에서 길러진 동자승이었던 어린 처용. 그를 거두어준 효병스님은 당나라의 부유한 집안의 장손으로 '왕진'이라는 속세의 이름을 버리고 절에 들어와 스님이 되었다가 처용의 노랫소리를 듣고 깨달음을 얻은 뒤 그를 다시 속세로 데리고 나온 인물이었다. 하지만 운명은 그들을 헤어지게 했고 곧 신라의 왕족 '위홍'을 만나 당나라 황족인 이원등과 어울리며 노래부르는 삶을 살던 처용이 신라로 건너와 대구화상과의 노래 경합에서 불렀던 노래가 바로 교과서에서 숱하게 봐왔던 그 노래, '처용가'였다. 배웠던 역사와 약간 다르긴 했지만 이 또한 재미난 이야기였다.

 

처음 기대는 '처용'에 관한 것이었으나 읽고나니 '한국인의 흥', '전래된 노래'에 대한 관심이 더 진해졌다. 마치 금을 채취할 때 물에서 건져올려 살살 금 외의 모래나 알갱이들을 제하고나야 빛나는 금알갱이와 마주할 수 있는 것처럼 살살 걷어내고 걷어낸 후 남겨진 것은 '한국 역사상 최고의 유행가였던 처용가'였던 것이다. 위홍, 진성여왕, 최지원 등 실존 인물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즐거움도 더해졌으니 소설은 내게 단순하게 역사 판타지를 넘어 상상의 시간을 더해서 선물한 셈이다. 다만 좀 더 대담하게 팜프파탈적인 모습이 그려졌거나 반전의 묘미가 준비되어져 있었다면 몰입도가 한층 높아질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아주 살짝....손톱만큼 남겨지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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