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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내 고양이의 101가지 공통점
홍희선 지음 / 라이스메이커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오늘도 배운다.
오늘 꼭 마무리하지 않아도 내일 또 태양이 뜨니 조바심 내지 않는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배운다. 세상 사람들이 사실은 타인에게 그다지 큰 관심이 없다는 것도 깨닫고 어디서든 1등을 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배운다. 가장 큰 위로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누가? 내 고양이들이-. 고양이를 반려하기 전과 반려하게 된 후의 나는 스스로 깨달을만큼 참 많이 달라져 있었다.
<행복한 밥벌이>,<엄마 딸이라서 행복해> 그리고 나온 세 번째 책이 <나와 내 고양이의 101가지>이란다. 세상에는 묘연이라는 것이 있어서 '코에 까만 점이 박힌 차넬이'의 집사로 살면서 '바니'를 둘째로 들이고 반려묘를 고려하는 지인에게 '사지 말고 입양해'라고 권하고 있는 그녀. 책의 저자는 내 주변 집사들과 다르지 않았다. 2cm 두께의 꽤 두껍한 책은 에세이처럼 쓰여졌다. 오랜시간 고양이 카페를 다녔다는 그녀는 사실 책의 집필을 권유 받았을 때 고양이를 반려하지 않는 상태였다고 한다. 첫 책의 판매고가 좋아서 몇 번의 출간 제의를 받았다고 고백하며 '싱글녀와 고양이 세 마리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스타일리시하게 담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 거절을 마음 먹었노라고 후기에 밝히고 있었다. 책을 쓰기 위해 고양이를 사들이는 것을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다면서. 올바른 결정을 해 준 그녀였고 덧붙이지 않아도 될 이야기까지 털어놓는 그녀가 오히려 편해졌다. '고양이를 좋아해요' 라면서 호더로 전락하거나 학대하거나 버리는 사람들의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것과 달리 소신있게 결정해준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하지만 묘연은 이어졌다. 결국 그녀에게는 '차넬'이와 '바니'라는 반려묘가 나타났으니까. 좋아하지만 책임질 엄두가 나지 않아 여러 고양이 카페를 찾곤 했던 그녀의 '고양이 공감'은 그래서 오늘도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집사들에겐 전혀 낯선 내용들은 아닐 것이다.
적당히 귀찮아하고 귀엽게 엉뚱하고 변덕스럽지만 밉지 않은 이 오묘한 생명체. 함께 수록된 명언들도 진하게 가슴 속에 남겨졌지만 가장 좋았던 내용은 100페이지의 "삶은 계속된다" 에 쓰여진 대목이었다.
엄마에게 버림받았다고
길에서 며칠이나 굶었다고
한쪽 눈을 잃게 됐다고
삶을 멈추는 고양이란 없다
- p100 -
고양이가 살아가는 마음 자세로 인생을 대할 수 있다면.....
관대함이 내게 웃는 얼굴을 자주 보여주지 않았을까 싶어진다. 여섯마리 고양이 집사로서 탐냈던 책인데 묘하게도 이 책!! 인생 지침서처럼 읽혀졌다. 이 또한 가르침이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