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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원 북 - 학구파 블로거 칼슘두유의 셀프 리모델링 개척기
윤소연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15년 4월
평점 :
취미가 글쓰기라는 방송국 편성PD는 스스로를 '불량 주부 3년차' 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살림은 못하지만 집 꾸미기는 좋아한다는 그녀가 철거부터 스타일링까지 마무리한 셀프
인테리어북을 보면 그 말은 쑤욱 들어가 버리게 된다. 책의 두께만큼이나 그녀가 완성해 낸 공간은 어마어마했으므로.
물론 TV를 통해 보여지는 세상의 각종 인테리어 고수들은 전문가들을 입다물게 할만큼의 가격으로 멋진 집을 완성해내곤 했다. 숨은 고수들이 세상
밖으로 TV안으로 들어왔을 때 얼마나 놀랐던지. 하지만 저자 윤소연 PD의 감각도 깜짝 놀랄만큼의 그것이었기에 이 책 꼭 한 번 보기를 권해
본다. 관심북으로 등록해 두고.
'라이프 스타일','취향' 이라는 단어는 설레게 만드는 단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행하는데는 만만치 않은 돈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녀의 경우 12년간 벼르고 별러 온 그 일을 감행하기 앞서 좌절부터 경험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예능PD로 근무하는 남편과 함께 살게 된 상암동
33평의 아파트 인테리어 견적은 가구를 제외하고도 1억이나 나왔던 것. 평당 100만원 정도 예상했던 부부에게 이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으리라.(평당 100만원이 국민 견적이라는 이야기도 낯선 내게도 1억은 심장 떨리는 가격이었다)
낭만적인 공간에서 살기로 마음먹는데 걸린 시간은 12년. 남들과 조금 다른 집에서 살기 위해 '돈' 앞에서 좌절하고 말 것인가.
대학 시절 쇼핑몰 창업에 도전하고 폭풍 웹서핑을 하며 새로운 것을 검색하기를 즐긴다는 그녀의 성향은 결국 'STOP'이 아닌
'START'를 외쳤고 준비기간 100일, 실행기간 2주를 거쳐 멋진 북유럽풍의 '상암 살롱' 이 탄생했다. 멋지게.
멋진 집에서 사는데는 '돈'도 필요하지만 그 크기만큼의 '용기'도 필요한가보다.
아직은 셀프 리모델링을 할 엄두도, 공간도 없어 눈팅만 하고 있지만 나도 언젠가는 용기와 돈을 옆구리에 끼고 나만의 멋진 공간을
완성해보리라 꿈꿔 본다. 그녀처럼.
'인터넷에는 수많은 정보가 넘쳤지만 쓸 만한 정보는 없었다'는 그녀는 필요한 정보를 찾지 못했다며 발품을 팔기 시작했고 집요하게 바닥재,
조명, 도어, 페인팅, 예산분배, 공사스케줄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부분에서는 분명 직업적인 영향(깔끔하면서도 빠른 계획서 작성)도 엿보였고
성격적인 면(꼼꼼하고 저돌적인)도 엿볼 수 있었다. 그녀는 현명했다. 100% 홀로 결정하진 않았던 것. 전문가와 상의하기도 했고 결정이 힘들
땐 이웃들의 조언을 듣기도 했으므로.
그리고 완성된 그 집은 리모델링에 앞서 잠시 다녀온 북유럽 여행의 분위기가 담뿍 담겨져 있었다. 어느 잡지에서 본 것 보다 엣지있으면서도
편안해 보이던 그녀의 집. PC통신 시절부터 가장 좋아한 음료인 '칼슘두유'의 이름을 그대로 닉네임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저자가 오랫동안 열망했던
그녀의 집은 나의 열망에도 불을 붙이고 말았다. 아, 얼른 시작해 보고 싶다. 내 집, 내 공간.
내게도 자극이 되었듯 어딘가에서 이 책을 보고 있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이 멋진 열망은 나비효과를 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러다가
대한민국 모두가 멋진 집에서 살게 되는 것은 아닐까. 행복하지만 엉뚱한 상상을 잠시 해 본다.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