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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럼 붉다 ㅣ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 1
살라 시무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스노우 화이트보다는 블랙 화이트의 성향이 강한 주인공 루미키 안데리손은 열 일곱살. 어떤 이보면 유에서인지 부모님에게서 독립해서 혼자
산다. 언뜻언뜻 보여지는 회상씬에서는 과거 지독한 왕따를 경험한 일이 있고 친족 내에서도 내돌려졌으며 가깝게는 부모로부터도 이해받지 못하며
자라왔다.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 십대 사춘기 소녀가 부모와 떨어져 사는 것은 납득이 가질 않는다. 아마 더 큰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어떤
스파이보다 민첩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훈련된 것을 보면.
아쉽게도 작가의 죽음으로 인해 더 이상 읽을 수 없게 되어 버린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시리즈 속 '리스베트
살란데'보다 훨씬 어린 미니 리스베트 같은 루미키는 핀란드어로 '백설공주'라는 뜻의 이름이라고 했다. 흑단처럼 검은 머리도, 붉은 입술을
지니지도 않은 딸에게 백설공주라는 이름을 붙여준 부모의 바람은 어떤 것이었을까.
루미키는 확실히 남들과 달랐다. 먼저 사춘기라는 나이 때의 흔한 징후가 없었다. '반항' 의 흔적이라고는 찾을 수 없었고 그보다는
'조심스러움' 그리고 '빠른 판단력'으로 다가온 위협으로부터 자신과 동급생들을 구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을 꼽자면 누군가의 충고를 지독하게
싫어할만한 십대의 나이에 그녀에게는 좌우명이 한 두개가 아니라는 거다.
p34 무난하게 살고 싶으면 참견하지 마라
p36 속단하지 마라
p64 복수를 위해 힘을 키우지 마라. 복수가 필요해지는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힘을
길러라
p67 모르는 번호에는 응답하지 마라. 절대로
p68 휘말리지 마라. 참견하지 마라. 자기 일만 걱정하면 된다
계속 이어지는 좌우명 퍼레이드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친구도 아니었던 학내 유명 동급생 셋의 위기에 휩쓸렸다. 온실 속 화초로만 자라온 딱
10대의 반항심으로 세상을 살아가던 투카, 카스페르, 엘리사가 발견한 피묻은 돈다발의 위기 속으로. 마약단속 경찰이자 비리 경찰인 엘리사의
아버지에게 배달되어야 할 돈을 중간에서 딸만큼 어린 그의 정부 나탈리아가 가로채 버렸다. 아니, 가로채려고 하다가 죽임을 당했다. 그리하여 다시
던져진 피묻은 돈다발을 약에 취했던 십대 셋이 발견했고 나누어 갖고자 했다. 하지만 그들은 서툴렀다.
피묻은 돈을 학교 암실에서 세탁해 말리다가 루미키에게 걸렸고 그 돈다발을 추적하던 보리스 소콜로프의 똘마니들에게 위협받고 있는 중이었다.
게다가 그의 뒤엔 아무도 그 실체를 본 적 없는 어마어마한 대부 북극곰이라는 존재도 있다고 하니...눈내리는 설원에서 흩날릴 선혈은 그 양이
어마어마 하리라는 기대감을 독자에게 안겨주기 충분했다. 하지만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실망감을 안겨주었는지, 안도감을
안겨주었는지 모르겠다. 도무지.
시리즈의 1권인 것을 모르고 단행본이라고 생각했기에 이야기의 완벽한 결말을 바랬건만 서늘했던 스칸디나비아 스릴러는 -2권에거 계속- 이라며
<눈처럼 희다>를 읽기를 권하고 있었다. 3월에 새로 번역된다는 요 네스뵈의 신간을 기다리고 있고 스티그 라르손에 반해 북유럽의
소설들을 미친듯이 읽어온 독자인 내게 <피처럼 붉다>는 서막이다. 아직은 모르겠다. 이 작가의 이름이 내게 브랜드 네이밍이 될지
2권을 보고 접게 될지는....하지만 궁금해졌다. 열 여덟살에 첫 책을 출간했다는 살라 시무카가 몇 권까지 나를 몰아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