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치미교 1960
문병욱 지음 / 리오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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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린 가스 테러를 자행한 옴 진리교를 기억한다. 특히 그 교주의 사진. 어떻게 저런 사람에게 홀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지저분 하게 생긴 남자의 얼굴. 결국 언변이었을까. 제 이웃도 믿지 못하는 세상에서 집단으로 한 남자를 맹신한다는 것은 '병'처럼 여겨졌다. 뉴스를 접했던 어린 나이에도.

 

본방사수하고 있는 드라마인 <시그널>에서 감질맛나게 톡톡 언급만 되고 수사할 기미는 전혀 보이질 않는 "오대양사건(구원파)" 관련검색하면 함께 이름이 뜨는 유병언 회장이 오버랩된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물론 <사건 치미교 1960>의 배경은 1930년대 전국민을 충격으로 몰고간 백백교라는 사이비 종교단체의 이야기지만 세월이 흐르고 국민교육수준이 높아진 지금에도 그 명맥이 이어졌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교주도 다르고 종교명도 다르지만 들여다보면 그들의 수법은 비슷했다. 전재산 헌납, 맹목적 추종, 여신도 성폭행 그리고 사망설.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사회 소설과 같이 심도있게 쓰여진 <사건 치미교 1960>은 그래서 읽는 내내 의문스럽고 답답했으며 속이 썩어 문드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제 1회 이답 스토리 공모전 최종 당선 수상작에 걸맞는 훌륭한 플룻, 스토리, 소재였다. 하지만 일제시대/ 해방전후 와 지금 우리는 왜 같은 문제를 여전히 떠안고 있어야 하나. 다람쥐 체바퀴 돌듯 돌려지는 느낌을 떨칠 수 없나. 의구심이 들고만다.

 

창조일보 김진수 기자는 상원을 치미교에서 빼내고 VPF에 대한 진실을 세상에 폭로했다. 당시 드물었던 의학전문 기자였던 그는 그 대응책으로 복용중인 테미란이라는 약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는데 생체실험까지 일삼아가며 전국민을 상대로 병주고 약주고 했던 실체가 바로 치미교라는 사실에 치를 떨면서 위험을 감수했던 것이다.

 

 

P76  시간은 해용의 인간성 그대로의 인간성을 차츰 마비시킨다

 

 

13특수학교를 졸업하고 731부대의 예하부대격인 735부대에서 세균실험/전염병 연구를 해 왔던 해용은 대한민국이 해방과 분단의 혼란기를 겪는 동안 신흥종교의 교주로 급부상했다. 그동안 전해용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박정철로 살면서 치미교의 대원(교주)으로 불리며 부귀영화를 누리던 그는 수많은 첩들 중 하나에게서 낳은 아들에게 그가 누리는 것들을 물려주고자 무리수를 두었다. 바로 VPF. 감옥을 만들어 사람들을 그 속에서 생체 실험하며 오장육부가 곪아 죽게 만드는 장기농유발균을 만들어 퍼뜨린 후, 사회를 혼돈에 빠뜨렸다. 박차를 가했던 백신 개발은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증상을 완화시키는 테미란을 만들어 팔면서 원하는 바를 다 성취한 것만 같았던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아버지와 여동생을 사이비 종교에서 빼내기 위해 위장잠입했던 상원이었다.

 

전라도 광주에서 '신명당'이라는 한약방을 성업시킨 그를 백신 개발에 투입했지만 상원은 깊이 세뇌된 아버지와 교주의 열네번째 첩이 된 여동생을 구하지 못한 채 빠져나와야 했고 김진수 기자와 더불어 치미교의 악행을 세상에 까발렸다. 후련하게.

하지만 의문이 남는다. 해용은 정말 죽었을까. 치미교는 정말 와해된 것일까. 정말 대한민국 땅에서는 치미교 같은 종교의 뿌리가 완벽하게 뽑힌 것인가. 라는 의문이 남는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이 소설.

그 의문 때문에 어떤 스릴러보다 더 무섭다. 읽고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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