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 - 바이킹의 신들 현대지성 클래식 5
케빈 크로슬리-홀런드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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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신의 경계가 무색하다 느낄만큼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인간의 삶과 판박이다. 질투와 욕망, 배신이 섞여 있는 인간적인 신화이지만 우리 집 밥수저 갯수 헤아려 보듯 너무나 빤하고 익숙하여 성인이 된 이후에는 오히려 흥미를 잃어버린 신화가 그들이라면 오히려 뒤늦은 10대의 사춘기 때부터 접했지만 여전히그 흥미로움에 손을 놓치 못하고 있는 신화는 북유럽 신화 쪽이다.

 

바이킹의 역사와 함께 해 온 그들의 신화는 역동적이면서도 거칠다. 여성적인 섬세함 보다는 힘이 세고 강한 한 방이 있는 그런 느낌을 전달한다. '뱃사람/전사/식민자' 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바이킹'은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인을 지칭한다고 하는데 780년부터 1070년 사이를 '바이킹 시대'라고 부르고 있다고 한다. 최고의 배와 뛰어난 항해술을 보유하고 있던 그들은 남쪽으로는 잉글랜드를 비롯한 여러 국자들을, 동쪽으로는 콘스탄티노플까지 나아가며 그 위상을 떨쳤다고 전한다. 재미난 것은 스웨덴 바이킹이라고도 불렸던 루스(Rus)인들에서 러시아라는 국명이 유래되었다니...국명만으로도 그 핏줄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흥미롭게 느껴졌다. 또한 바이킹의 여인들이 가슴에 붙이고 다녔다는 쇠/은/동 따위로 만들어진 그릇은 남편의 재산에 따라 재료와 크기가 달라졌다고 하는데 왜 그 무거운 것을 하필이면 가슴에 붙이고 다녔는지...상상하면 할수록 웃음이 터져 나와 그 부분에서는 잠시 책읽기를 멈추기도 했다.

 

사실 북유럽 신화 속 주인공들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는 영화와 애니메이션 이었는데, 마법 탐정 로키 라그나로크/오!나의 여신님(일본 애니메이션)과 토르 (헐리우드 영화) 등을 통해 그들의 이름이 꽤 친숙해졌다고 할 수 있겠다. 제우스급인 그들의 최고 신인 '오딘'에서부터 천둥망치를 휘두르는 금발의 '토르', 애니메이션에서 귀엽게 그려졌던 '헤임달과','프레이야', 비디오 테이프 늘어질때까지 남동생이랑 되돌려보기했던 오 나의 여신님에 등장하는 세 여신의 이름인 '울드/스쿨드/베르단디'(북유럽 신화 속 운명의 세 여신) 외에도 유명한 게임인 '아스가르드'에 이르기까지 알지 못하는 사이 이미 북유럽 신화는 밀접하게 우리 곁에 와 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조금씩.

 

헐리우드 영화 속에서 멋진 금발 청년으로 등장했던 '토르'에 비해 시커멓고 노안처럼 보이던 '로키'는 매력적으로 보이질 않았다. 하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속 '로키'는 고동색 머리의 귀여운 주인공으로 셜록처럼 시크한 탐정으로 등장했는데, 케빈 크로슬리-홀런드의 <북유럽 신화> 속 로키는 좀 더 다각적인면이 부각되어 있었다.  탐욕스럽고 이기적이면서 적의를 드러내고 독설을 뱉어내면서 배신까지 일삼는다. 중상모략과 험담을 일삼고 토르의 아내와 동침을 하고....이정도 캐릭터면 나쁜 놈 중의 나쁜 놈이지만 로키라는 캐릭터는 어딘지 모르게 그를 미워하게 가만 두지 않는다. 곧 익살스럽게 영리하게 그러면서도 매력적으로 치고 빠지는 모습에 작은 통쾌감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신들의 제왕 오딘 앞에 서서도 당당하게 맞서는 배포. 로키만이 가능한 일이 나리까. 그래서 설레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32편의 북유럽 신화를 차례차례 순서대로 읽었지만 아직 목마르다. 다 이해했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다만 여전히 궁금하고 조금 더 알고 싶어지는 것을 보면 우리네 선조들과는 참 이질적인 성향을 지닌 바이킹들 신화의 매력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심연에 묻혀 있나보다 싶다.

 

 

p6  현재의 우리에게 다른 어떤 신화보다도 스칸디나비아의 신화가 가장 흥미롭게 생각된다     (토머스 칼라일)

 

 

토머스 칼라일의 표현이 정답. 다만 '신이란 존재는 정말 신이 아니라 고대의 약삭빠른 인간에 불과했다'는 투르빌 페트르의 말처럼 그 캐릭터의 재미는 얻어가되 그 내용들이 주는 교훈은 잊지 말아야겠다. 인간으로 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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