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조선, 혜민서 사건록 1권 조선, 혜민서 사건록 1
그래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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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의 도승지가는 풍비박산이 났다. 현존 정치는 잘못되면 명예에 흠집이 나고 정치생명이 잠시 중단되는 것으로 마무리될 지 모르나 과거 정치판에서는 줄을 잘못 섰다가는 그 목숨을 담보로 내어놓아야했으니...더 줄을 잘 서야 하는 일이었을게다. 왕이 뒷배라고 해서 안전선을 넘은 것도 아니었다. 왕도 왕 나름이고 가차없이 신하를 버리던 왕들도 많았으니....정도전의 의도대로 조선이 선비(신하)의 나라가 되었더라면 또 달라졌을까?

 

 

 


 

 

'신용'은 바로 이를 두고 말함이었다

신뢰를 쌓으면 사람을 대하는 방식마저 바뀌는 법

 

 


 

 

 

어쨌든 도승지 성인헌은 줄을 잘못탔다. 자신뿐만 아니라 꽃같은 아들 재연까지 목숨을 내어놓게 만든 것으로도 모자라서 며느리는 능욕을 당한 채 자결했고 금지옥엽으로 키운 딸은 천한 노비가 되어 마음의 빗장을 걸어 닫았다. 하지만 그 인연의 고리까지는 하늘도 어쩌지 못했는지 연분이 이어진 남녀는 우연히 마주쳤고 홀로 독하게 살아남아 조카와 노비의 딸까지 건사하면서 의녀로 거듭났던 그 어린 딸은 어느새 어른이 되어 있었다. 연이의 이야기는 그러했다.

 

 

휘겸이는 어떠했을까. 수동이라는 아명으로 불렸던 좌의정의 어린 아들 휘겸은 딱 한 번 한 살 아래의 정혼자를 만날뻔 했으나 그 목소리만 듣고 되돌아와야했고 곧 그녀의 집안은 박살이 나버렸다. 그리고 그녀는 죽어버렸다고 들었다. 그래서 미장가의 입장을 고수하며 그녀를 가슴에 묻었다. 얼굴 한 번 못봤던 여인에 대한 절개라고 하기에는 그 만남이 너무나 미미하여 나는 이 남자의 마음을 이해하기 힘들었더랬다. 사모해왔던 것도 아니고, 한 눈에 반했던 것도 아니고 어린 시절부터 같이 커 정이 담뿍 든 것도 아닌데 무예 사무치도록 그립다고 미장가하며 그 꼬맹이를 마음에 담는단 말인가. 이 점은 이상했지만 어쨌든 이들은 인연이었던 것인지 다시 만나 사랑을 싹 틔워가기 시작했다....

 

재물을 좋아하지만 탐하게 보이지는 않는 여인처럼 보인다던 연이는 그 꼿꼿한 성격 때문에 정승부인의 미움을 사 곤초를 치루어야 했고, 함께하는 혜민서 동료들의 질투를 견뎌야했으며 음모에 빠지고 서러움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결국 해피엔딩이 분명할 것이기에 지금 그녀의 고난은 하나도 슬퍼 보이지가 않았다. 대신 신분이 높은 여인은 평생 바깥구경도 제대로 하지 못하며 살고, 형편에 따라 기녀가 되면 이리 몸을 팔거나 마음을 팔아야 한다. 노비로 태어나면 허드렛일이나 해주며 평생을 지니야 하고 여인이란 새삼 슬픈 운명을 지닌 생명들...이라는 구절이 더 슬프게 와닿았다. 서양의 고전 중<여인의 일생>이라는 소설을 읽을 때처럼 이 소설에서의 여인들도 그런 굴레를 타고 태어나 살다 갔구나....싶어져서....! 여권이 많이 신장되었다고는 하지만 이 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도 우리는 여전히 여성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포기해하는 부분들에 대해 토로하고 있다. 이 많은 세월이 흐른 뒤지만.

 

정신없이 재미있게 1권을 읽으면서도 이 부분에 대한 잔여물은 남겨졌다. 마음 속에. 우울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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