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것을 지키는 용기 꿈공작소 27
인그리드 샤베르 글, 다니 토랑 그림 / 아름다운사람들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내가 만약 부모였다면 이 동화 또 다르게 보였을까?

(어린 소녀가 바람부는 날 혼자 집을 뛰쳐나간 일에 대해서는....)

 

 

 

밝고 화려한 색감의 동화책이 아닌 약간은 어둡고 채도가 낮은듯한 흡사 수묵담채화 느낌이 나는 잉그리드 샤베르의 동화 <소중한 것을 지키는 용기>는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동화다. 사람과 사람이 아닌 사람과 동물 그것도 오래 곁에 있어준 충직한 늙은 개와 어린 소녀가 위기의 순간에 처했을때 일어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연재해를 다룬 영화들은 빠짐없이 봐 온 것 같다. 선호한다기 보다는 보통 헐리우드의 자연재해 영화들은 블록 버스터 급이라 결코 지루함이 없어 시즌별로 티켓 오픈 되면 놓치지 않고 봐 왔을 뿐이다. 지진이 일어나고 해일이 일고 화산이 터지고 결빙이 오고 트위스터가 불어오는 재난 속에서 자연앞의 인간이란 참으로 나약한 존재구나! 그런데 아둥바둥하며 살았구나! 싶어서 한숨이 절로 쉬어지곤 했다. <소중한 것을 지키는 용기> 또한 자연 앞에 한 가족이 위험에 처하면서 시작된다.

 

바람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던 날, 그 세차게 부는 바람 탓에 엄마 아빠는 가축과 배를 안전한 곳에 놓아두러 밖으로 나갔고 집에는 어린 소녀만 남겨져 있었다. 그림을 보면 젖소가 막 날아가고 그 다리를 노랑머리의 엄마가 세차게 붙잡고 있어 트위스터나 허리케인이 불어온 것처럼 보여져 무서움이 앞선다. 다행스럽게도 태풍 피해를 직접적으로 겪어본 일은 없지만 매년 우리 나라 역시 수재민 돕기를 할만큼 비폭풍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인지라 자연재해는 어쨌든 참 무섭게 느껴지곤 했었다. 그런데 매번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소녀는 혼자 집에 있는 날에는 늙은 개 해링턴과 함께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날!!! 해링턴이 사라졌다.

 

 

세찬 바람이 우리 집 늙은 개 해링턴을 빼앗아 가 버린 게 아닐까?

 

울음에도 대답이 없자 소녀는 바람을 가르며 달리고 또 달려 해링턴을 찾아 헤매다녔고 결국 덤불 밑에 쓰러져 있던 해링턴을 발견했다고 한다. 아, 얼마나 다행인지.....어른들이었다면 자연재해 앞에서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젖소도 하늘로 날아가는 그런 날에-.

소녀는 달리면서 더는 춥지도, 무섭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만큼 해링턴이 소중한 존재였으리라.

 

찾긴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는 해링턴을 안고 천천히 걸어야했던 소녀. 뛸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 계속 반복되었을 "괜찮아, 해링턴. 내가 지켜줄께"라는 다짐. 비단 이 소리는 해링턴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에게도 한 다짐이었을 것이다. 포기하지 않도록. 조그마한 소녀에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까. 그런 와중에도 소들은 하늘을 휘휘 날아가고 있었다.

 

젖소의 무게도 상당할텐데...소녀와 해링턴의 합한 무게가 더 무거웠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작은 소녀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던 것일까. 시간은 많이 흘렀지만 소녀와 해링턴은 집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둘은 따뜻하고 포근한 잠자리에서 꼬옥 끌어안고 잠이 들면서 동화는 해피엔딩으로 끝이났다.

 

그 어떤 말보다 이 짧은 동화 한 권이 시사하는 바가 컸다. 늙은 개이기 때문에 더 소중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것. 그 어떤 상황에서도 가족으로 맺어진 반려동물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것. 어린 시절부터 동물과 함께 하면 저절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부터 그 사랑이 흘러나오게 된다는 것. 소녀가 동화 속에서 보여준 용기는 '배워서 행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행해진 것'이어서 더 감동의 색이 짙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함께 했던 반려동물을 쉽게 버리는 일부 어른들에게도 이 동화가 깊은 반성의 씨앗을 심어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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