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모래 위의 두 발
안도핀 쥘리앙 지음, 이세진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73년생 글을 쓰는 엄마의 딸로 태어난 두 살의 타이스. 하지만 남은 삶은 겨우 1년이라고 했다. 그 오빠 가스파르는 전학한 날 아이들 앞에 서서 담담하게 사실대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름은 가스파르. 사는 곳은 파리이지만 여동생 타이스가 이염성 백질 이영양증이라는 병에 걸렸고 그 아래로 태어난 아질리스 역시 많이 아파서 마르세유에서 살게 되었노라고. 어쩌면 막내 여동생은 살 수 있을지 몰라...라고 이야기했지만 사실대로 이야기 한 덕분에 가스파르는 이사 온 동네에서 또래 친구 하나 없이 살게 되었다고 했다. 전염병이 아니라 유전 질병임을 알리 없는 아이들에게 죽음에 이르는 병이란 모두 옮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여졌던 것일까.


 


타이스. 그저 걸음걸이가 좀 이상하고 손을 약간 떠는 정도만 인지하고 있던 부모는 처음에는 아이의 병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더랬다. 앞 서 방문한 두 군데의 병원에서도 특별히 큰 병이라고 지적하지도 않았고 차차 저절로 나아질 성장통 정도로만 보았을 뿐이었으니까. 둘 다 건강한 부모에게서 태어나도 각각 보인하고 있는 병력이 아이에게 몽땅 전해지게 되면 타이스처럼 앓게 될 수 있다고 한다. 아이는 아릴설파타제 a라는 특수 효소를 만들어내지 못하여 몸 속 미엘린이 파괴되어 신경계의 마비가 진행되다가 움직이지 못하게 되고 말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눈까지 머는....종국엔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에 걸려 있었다. 겨우 두 살인데.


 


 


p44  결과를 듣는 것과 결과를 기다리는 것, 둘 중 뭐가 더 끔찍한 것일까


 


 


프랑스 50만 독자를 울린 감동 에세이의 끝은 아이의 투병기로 끝나는 오픈 결말이기를 바랬건만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적막한 어느 날, 타이스는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타이스가 이제 막 숨을 거두었다 는 표현이 두 눈을 먹먹하게 만든다. 엄마의 읊조림처럼 타이스는 아주 예쁘게 살다 갔다. 결코 모자라지 않을 사랑을 듬뿍 받은 채. 치료법이 없는 유전병 선고를 받게 되면 정신이 없을 법도 한데 그 와중에 가족은 서로간의 유대감과 사랑을 되새긴 것 같았다. 누구나 태어난 이상 한 번은 죽는다지만 그 시기를 스스로 정할 수 없고 세상을 떠날 나이가 두세살이라는 건 너무 가혹하게 여겨진다. 여전히


 


p217  공감은 마음을 연다


 


는 말처럼 놀람, 슬픔, 괴로움, 안타까움, 사랑은 프랑스 독자들을 너머 멀리 위치한 동양의 한 나라에서도 나누어졌다. 불행을 과시한 적도 알아 달라고 한 적도 없다는 글쓰는 엄마는 사소한 것이라도 기쁜 일은 함께 기뻐하고 싶었노라고 고백하고 있다. 그녀가 기록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는 소중했다. 그들 가족뿐만이 아니라 읽는 우리들에게도. 예전에 보았던 수잔 서랜든 주연의 영화 <로렌조 오일>의 강한 엄마처럼 타이스의 엄마도 두 딸의 투병 앞에 강해져야만 했을 것이다.


 


그 여동생인 아질리스 역시 같은 병을 앓으며 아홉 번째 생일을 지나고 있고 저출산 국가인 프랑스에서 이들 가족은 이례적이라 해도 좋을만큼 아르튀르라는 건강한 사내 아이를 또 얻었다고 한다. 네 명의 아이 중 한 아이를 잃었고 다른 한 아이는 투병 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망하거나 희망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읽는동안 두 눈이 퉁퉁 붓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가족의 마음으로 읽혀졌던 이 이야기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효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난치병을 돕는 단체 ELA가 널리 알려지면서 같은 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쏟아졌기 때문이리라. 좀 더 알려지면 한 아이라도 더 도움 받고 살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젖은 모래 위의 두 발>이라는 제목은 상징적이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오래 살다 가진 못했지만 아이는 부부에게 아주 특별한 한 아이였으며 읽는 독자들의 마음 속에도 그 이름을 남길만큼 특별한 아이였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타이스에게. 평범한듯 했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가족의 이야기는 그래서 진한 감동을 남기며 마지막 페이지를 덮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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