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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삶을 살든, 여자가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
박금선 지음 / 갤리온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야만의 시대를 벗어났나?
가끔 생각해 본다. 그만큼이나 여성들의 지위는 많이 높아졌나? 도 동시에 떠올려본다. 만족스럽지 않다. 그 대답의 결과는 항상. 여자들이
살기 좋아졌다...라고 말하는 건 언제나 남자들이거나 시어머니(?)들 뿐이므로. 사회적인 참여가 보장되었다고는 해도 언제나 사회적 약자이자
육아와 워킹을 함께 해결해야 하며 가정살림까지 도맡아 슈퍼 우먼으로 살아가야 하는 주부들이 많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편안할까. 결혼 적령기라는 선은 많이 물렁해졌지만 아직까지 홀로 사는 여성들에게 보내는 사회적 시선은 가볍지 않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P 58 위로란 그런 것이라고 나는 두고두고 생각한다 긴 말은 필요 없는 것.
그저 마음을 쉬게 해 주는 것 '알아!' 그 한마디면 되는 것
그 여성 중 한 명인 방송작가 박금선씨는 22년간 MBC 라디오 <여성시대>를 집필해온 베테랑 라디오 작가다. 200만 여성들의
편지를 읽으며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그 사연들을 목소리로 옮겨온 그녀 역시 주부라는 역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음을 고백한다. 방송작가로
30년을 쉬지 않고 일해오며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엄마와 아내로 그리고 며느리로 살아왔다. 공부의 길을 택한 남자과 결혼한 탓에 일을 그만 둘
형편이 되지 않아 아이를 어린이 집에 맡기고 일터에 데려와 눕혀놓고 하면서 열심히 버텼건만 인생의 어느 순간엔 우울증이 찾아왔고 프리랜서의
설움을 겪기도 했단다. 글로 풀어놓은 것보다 백만배는 더 많았을 그녀의 고충들.
짐작이 가고도 남을 내용들이라 읽기 전에 목차부터 천천히 훑어내려보니 의외로 맘에 드는 제목들이 많았다. 특히 '죽을 때까지 남자에게
바라면 안되는 것들,'살면서 미루지 말아야 할 것은 그리운 사람에게 전화하는 일','당신의 남자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속이 깊다','오늘
하루, 재미있게 살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등등의 제목들은 인생 선배가 인생의 후배에게 전하는 인생기술 50가지 팁 중 아주 유용해 보이는
조언들이었다.
일에 떠밀리고 사람에 등떠밀려 아등바등살면서 '꼭 이렇게 살아야 돼?' 라는 후회가 밀려올 때면 나 혼자 겪는 일이 아니야...라며 이
책을 펼쳐보면 어떨까. 라디오를 당장 켤 수 없다면 말이다. 코믹하게도 20대에 나는 <여성시대>를 들을 일이 많았다. 일부러
들으려고 한 것은 아닌데 이동시간이 겹쳐 종종 듣곤 했다. DJ들이 바뀌거나 그 사연들이 똑같지 않아도 공감하며 잠시 잠깐 위로 받고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잘 정리된 진솔함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P76 나 자신에 대한 시선이든, 타인을 보는 시선이든
'아웃사이더'라는 표현대신 '인디펜던트'라고 정의내려보라는 충고는 생소하다못해 신선했다. 좀 독립적이네, 따로 놀긴 하지만 사람은 괜찮아.
이런 말을 듣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굳이 그 무리가 바르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왕따가 될 것이 두려워 옳지 않음을 따르기 보다는 홀로임을
선택할 때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좋은 팁인 표현이었다. 좋다! 인디펜던트 하다는 것.
내게 남다른 생각의 팁을 준 저자는 정작 자신을 '나이롱'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나이롱 작가, 나이롱 엄마,,,대강 흉내만 내며 살았다는
마누라 역할, 딸 역할, 며느리 역할....하지만 안다. 책을 읽어본 독자라면 매 순간순간 얼마나 치열하게 그녀가 살아왔는지. 절대 대충살지
않았다는 것을. 나이롱은 진짜가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말처럼 나이롱은 보통 질긴 게 아니다. 그래서 나이롱 정신으로 살아왔다는 그녀는 그
무엇도 포기하지 않고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기 위한 팁을 우리 앞에 척척 내어놓았다. 책 한 권 분량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