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 펄 벅이 들려주는 사랑과 인생의 지혜
펄 벅 지음, 이재은.하지연 옮김 / 책비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펄 벅이라는 작가는 좀 독특한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되는 작가다. 1892년 웨스트버지니아주 태생이면서 중국에서 성장했다. 미국인인 것이 분명하면서도 중국인 왕룽 일가를 주인공으로 한 3부작 <대지>를 집필했으며 <모란꽃>,<북경에서 온 편지>등 중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써왔다. 그뿐인가. <살아 있는 갈대>에서는 한국에 대한 그 애정도 엿볼 수 있다는데 아쉽게도 이 작품은 아직 읽어보지 못해 뭐가 사족을 달기 어려웠다.

 

2차 세계대전으로 중국이 내란에 휩싸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귀국하지 않았다면 조금 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대한 소설들을 집필하게 되지 않았을까. 서양인이면서도 동양인의 삶에 시선을 두고 있던 여류 작가. 전쟁을 겪은 세대이면서도 좌절하지 않았던 여성. 글을 쓰고 가정주부로 살기 보다는 두 팔 걷어붙여 설립한 '펄벅 재단'을 통해 직접 봉사활동에 나선 사람. 나는 그녀를 이렇게 기억하게 되었다.

 

물론 <딸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속 충고들은 유인경 기자가 쓴 <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나 <내일도 사랑을 할 딸에게>와 비교했을 때 현대적이지 못한 내용들이 더러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보다 먼저 세상을 살아간 세대의 여성이 그것도 전쟁과 결혼이라는 풍파를 겪은 여성의 충고는 귀기울여들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된다면 고민없이 이 책을 펼쳐들기를 권한다.

 

특히 여성은 약자인가 를 두고 설파하는 이야기는 읽은 뒤에도 곰곰히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만들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약자'란 정지 상태에 머물러 있는 자로 국가와 민족을 불문하고 지속적인 약자들이 있다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가장 자유로워야 할 미국 여성들조차 불평등한 사회 구조 속 약자의 위치에 서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 당시에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약자였던 '여성'이 지금이라고하여 그 위치가 변했을까. 세상이 변하고 산업이 발전해도 어떤 면에서는 여성은 여전히 약자 중 하나로 머물러 있다.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체감할 수 있는 평등의 시대가 올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는 않았다. 펄 벅 여사가 그러하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딸이 결혼하려 데려온 남자가 딱히 맘에 들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현명한 충고를 해 주려 말을 고르고 고르는 어머니. 혼전 임신으로 괴로워하며 사연을 보내고 심지어 찾아오기까지 한 여성에게 냉정하고 현실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주던 어른.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그녀는 더이상 내게 소설가가 아니었다. 그저 남성과 여성 사이의 오랜 역사에 대한 현명한 수다를 나눌 수 있는 가장 좋은 벗이기도 했으며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 먼저 자신과 화해하라! 고 등두드려주는 오래본 동네 친한 아주머니 같기도 했다.

 

P230  소설가는 자신이 쓴 책에 대해 아무것도 설명할 필요가 없다

 

고 말하고 있지만 나는 '충분한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생각된다. 내가 발견한 그것들을 다른 이들도 발견하게 되기를 바라면서. 아무 설명없이 이 책을 다음 주 가장 먼저 연락하게 될 사람에게 선물주어야지!! 라는 재미난 일을 꾸며(?)본다. 그리고 뜬금없이 어느날 물어봐야지. 그 책에서 뭐라고 하디? 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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