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핸드 타임 -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최후 러시아 현대문학 시리즈 1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하은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소련"이라는 명칭이 낯선 세대도 있을 줄 안다. 1992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소련은 해체 되었다. 미국과 서로간 견제국이었던 거대 소비에트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은 당시 어린 나이의 내게도 적잖은 충격을 안겨줄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사망소식 자체가 충격적이었던 북한 김일성의 죽음이나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던 공산국가 소련의 해체는 그 벽이 무너져 통일이 된 동독과 서독의 통합보다 더 큰 놀라움일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전세계 누구라도 그 붕괴를 보며 경악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환호든 실망이든.

 

안타깝죠. 많은 것이 잊혀히고 있으니까....
P 377

 

 

1990년 공산준의의 패배라고까지 불려진 그 날이 지나고 20년동안 러시아의 사람들은 어떻게 변화되어져 왔을까. 벨라루스의 저널리스트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소설 코러스'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 인터뷰이들의 지난 세월을 현장감 생생하게 전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세컨드 핸드 타임>은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나 정작 러시아 사람들에게는 그리 환호받지 못하는 작품으로 남고 말았다. 그들 입장에서는 불편한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어 버린 셈이니 심기가 불편해질 밖에-.

 

우리에게 있어 구 소련은 그저 공산주의 국가 였을지도 모른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기껏해야 날씨가 추운 나라, 문학국가, 보드카의 나라, 발레국가 정도의 인식이 있지 않았을까. 아, 또 하나가 보태어졌구나! 김연아의 메달색을 바꾼 올림픽 주최국. 그 정도 외에는 깊게 관심두지 않았던 나라 소련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유가 주어지면 모두가 행복할 줄 알았건만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책은 이념이 아닌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고 읽게 되었다. <국제 시장>이나 <쉰들러 리스트>처럼.

 

사실 많이 불편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소설의 형태가 아닌 방대한 양의 다수인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의 형태이다보니 익숙치 않아

한 사람의 사연이 끝나는 시점에서 끊어 읽기를 하였기 때문에 읽는 속도도 더디고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만 했다. 하지만 끔찍하다고 해서 비켜가면 안되는 일이기도 했다. 함께 안타까워해야할 사람의 역사였고 귀기울여야 할  누군가의 사연들이었으며 알고 지나가야할 1990년대였기 때문이다. 결코 아름다운 시절이 아니었다고 그들은 회상하고 있다. 두 개의 다른 이념이 서로 충돌하면서 오랫동안 서로 이웃으로 지내왔던 작은 마을 내에서 서로를 죽이는 무기로 변질되기도 했고 탐하던 남의 아내를 갈취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으며 그 변화를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정신줄을 놓은 사람들에게는 독으로 남기도 했다고 전한다. 익숙했던 세상이 뒤집혔다.

 

P400  우린 그때 가증스러울 정도로 순진했어요..옐친의 1990년대..

        그 시절이 행복한 시절이었는지, 광란의 10년이었는지...

 

어린 아이인 채로 그 시기를 지나친 사람들은, 1991년과 1993년 사태의 공포보다는, 왜 자신의 부모가 남들처럼 부자가 되지 못했는지에 더 원망의 마음을 품고 살아온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른으로 그 시기를 지나친 사람들에게는 상처를 남긴 시절이었다. 다름아닌 이웃들이 악마로 변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P13   모두가 자유에 흠뻑 취해 있었지만 정작 자유를 얻을 준비는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던 것이다

 

 

방대한 양을 읽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러시아를 소련을 잘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차라리 글보다는 영상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영상에 대한 목마름을 갈구하며 읽어낸 책이 바로 <세컨드 핸드 타임>이었다. 똑같지는 않지만 우리에게도 광복 이후 이런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을 살진 않았지만 또한 그 시기부터 지금까지에 대한 근대역사는 교과 과정에서 자세히 배우지 못해 잘 알지 못하지만 분명 우리에게도 이와 같은 혼돈의 시기가 있었으며 정의로운 사회와 먼 거리의 시절을 살아낸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러시아 인들이 느끼는 것과 대한민국 국민이 국가를 두고 느끼는 마음 가운데 공통의 감정도 있지 않을까 감히 상상해 본다. 이념적 공감이 아니라 희망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공감에 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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