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방관의 기도
오영환 지음 / 쌤앤파커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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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카카오 브론치북 프로젝트 수상작 중 눈에 띄는 책 한 권이 있었다.



"세상이 우리는 잊어도 우리는 영원한 소방관" 이라고 쓰여져 있는 노란 표지의 책 한 권.

어린 시절 보았던 그 옛 영화 <타워링> 에도 멋진 소방관들이 나오고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보았던 <분노의 역류>에서도 목숨 바쳐 사람들을 살리는 소방관의 하루하루가 담겨 있었지만 매일 스쳐가는 119 구조대, 소방관의 모습은 잊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이들에게 미안해졌다.



작가가 쓴 글이라면 이토록 생생하지 못했을 것 같다. 반대로 작가의 문체였다면 더 몰아치듯 잔인한 화재 현장은 더 잔혹하게, 눈물샘을 자극할 부분에서는 독자의 눈물을 팡 터뜨리도록 극대화 했겠지만 이 책은 매일 출동 지령을 받는 현직 소방관이 쓴 책이기에 가감없이 쓰여졌다. 그래서 아픈 기억들은 쓸어담아지고 깊음이 끌어올려지면서도 현장의 그 느낌은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었다. 영화가 끝나는 것으로 감동이 그 순간에 묶여버리는 것과 달리 그 이후, 소방관들의 마음속에 남은 쓸쓸함까지......!



나는 소방관이다


너무도 자주 반복되는 절망 속에서도 다시 출동해야하는 그들의 이름은 소방관이었다. 눈 앞에서 살리지 못한 사람의 마지막, 죽은 사람을 업고 나와야하는 그 좌절감이 생채기가 되고 스트레스가 될 법도 한데 그들은 평생의 천직이라 여기며 그 일을 하고 있었다. 강한 사람만 소방관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 일을 하면서 쇠처럼 마음이 단련되어 가는 것일까. 어쨌든 누구나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므로 나는 소방관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그들의 오늘에 깊은 감사와 미안함을 느낀다.


p 13  

 

소방관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오직 타인의 손을 잡아주기 위한 일을 사명으로 삼는 삶.

수 많은 현장의 크고 작은 위험에 스스로 뛰어드는 날들 속에서

그 자신마저 불살라지는 희생의 순간을 맞이해야 하는 삶 

 




물론 소방관 외에도 죽음 가까이 있는 직업군은 있다. 하지만 위험 속에서 그들과 생사를 함께 하다가 종국엔 자신의 생명과 바꾸어야 하는 직업은 오직 소방관이 아닐까 싶다. 설 연휴에도 반납하고 출동해야 하는 그들, 누군가는 피서를 즐기는 공간에서 그들의 안전을 위해 휴가를 외면해야 하는 그들, 화마와 맞서면서도 도망가는 사람들과 반대방향으로 뛰어야하는 그들. 그들도 누군가의 아버지이며, 귀중한 아들이고, 사랑하는 사람의 연인임을 우리는 그 직업 앞에 잊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 당연한 것이 어디있겠는가. 살고 싶은 마음은 똑같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쓴 소방관은  우리의 일이니까. 우리는 소방관이니까 라고 말하고 있다.



매년 순직하는 소방관의 수가 평균 7명이라고 했던가. 놀랍게도 이들은 국가 공무원들이 아니었다. 99.7%가 17개 시도의 지방자치단체 소속이며 예산에 따라 좌지우지 되어 충분한 소방 장비를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조선 시대로 치자면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에게 배급 끊고 무기 지급을 미루며 맨주먹으로 전쟁터로 돌격하라는 경우와 같았다. 제 아무리 제갈공명, 유비관우장비라고해도 맨주먹으로는 전쟁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을 세살 꼬맹이도 아는 일일진데.



대한민국 소방의 현주소이자 다른 나라 역시 비등비등 할 것만 같아서 이들을 위한 목소리가 곳곳에서 좀 더 높여지기를 바라게 된다.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은 왜 무기한으로 연장된 것일까. 좋아진 것과 당연히 주어져야 하는 것은 다르다. 위험에 직면해 있는 사람에게 좋아졌다는 말은 더이상 위로의 말이 아닌 것이다.



친한 친구의 남동생은 소방관이다. 비록 출동하는 소방관이 아니라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소방관이지만 처음 친구에게서 동생이 소방관이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축하보다는 걱정의 멘트를 먼저 전하고 말았다. 열악한 처우, 목숨을 담보로 한 출동....오늘은 만났지만 내일은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마음가짐....이 불안함을 간직한 채 숙명이라고 말하며 현장으로 뛰는 소방관들에게...119 구조대를 위해... 2016년 올 한해는 제발 이런 분들의 기운을 빼는 장난 전화를 거는 놈들에 대한 엄벌이 단행되기를 바래본다. 진심으로!! 그리고 국가직 전환...충분한 예산.....언제쯤 제대로 굴러가게 될 것인지....대한민국!!! 한숨이 쉬어진다. 책을 읽고나니 더더욱-.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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