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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양품 디자인 ㅣ 무인양품 디자인 1
닛케이디자인 지음, 정영희 옮김 / 미디어샘 / 2016년 1월
평점 :
'보이는 나'와 '내가 아는 나'가 다르다는 사실을 20대 중반이라는 나이를 지나면서 인정하게 되었는데
타인을 참 잘 챙길거라는 기대 그리고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을 좋아할 것이라는 외부적 시선과 달리 운전하는 차를 타 본 사람들은 놀라곤
했었다. 여자차 맞아? 라며. 또 사회생활을 하며 묶이게 된 사람들은 일정기간이 지나서 말하기를 '너 생각보다 남자같다. 적당히 게으르고
남자들처럼 무심한 구석이 있다.'라고.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어떤 자리에 있느냐에 따라 그 행동행동이 달라질 수 밖에 없으니 성격이야 그리
보일 수 있다고 쳐도 취향은 나의 것인데 왜 편견이 생겼을까? 생각해보면...아마 목소리 때문이 아닐까 싶어진다.
아는 사람은 아는 나는 심플하고 단순한 것을 즐기는 사람이다. 예쁜 색감을 좋아하긴 해도 알록달록한 컬러들을 즐기는 편도 아니며 세월의
나이테가 한 테, 한 테 둘러질때마다 점점 더 단순하고 심플한 것을 선호하게 되는데 <무인양품>의 제품들은 딱 내 취향이었다. 처음본
그 순간부터.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깔끔한 제품들. 사랑할 수 밖에 없다.
일본 여행 중에도 구경다녀오긴 했으나 <무한양품>은 사실 그리 착한 가격대는 아니었다. 그래서 맘껏 구매하진 못하지만 항상
둘러보게 만든다. 제작년 읽었던 <이케아>관련 서적보단 지금의 <무인양품> 북을 더 행복하게 읽었음을 살짝 고백해본다.
한눈에 봐도 딱 표시나는 무인양행 디자인은 왜 이렇게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것일까? 모두의 취향은 다양할 수 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1987년 창간된 닛케이디자인에서 '후카사와 나오토','하라켄야','가나이마사아키'등과의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
성공의 비결을 가감없이 <무인양품 디자인>이라는 책 한 권으로 풀어냈다. 제품을 대하는 태도, 담긴 도덕성, 꼼꼼한 준비과정, 세계를
향한 비전 등등도 물론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고객과 함께 상품개발을 진행한다는 점이 이례적으로 느껴졌다. 제품을 만들어놓고 소비자 반응을 보는
것과 고객의 요구나 아이디어를 수용해 상품을 개발하는 것을 그 출발점부터 다르기때문에 그 결과물도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들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무인양품이 "기분 좋은 생활을 위한 제품"을 내어놓겠다는 생각으로 디자인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제품은 의류, 생활잡화, 문구류부터 시작하여 무지 하우스 비전이라는 프로젝트로 생활 공간을 만들어내는데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렇게 확장되어 있는데도 그들은 스스로를 '중소기업'이라고 칭하고 있다. 창업때부터 중요시 여겨온 '디자인'이라는 지위는 절대 양보하지
않으면서-. 그래픽 디자이너인 하라 켄야의 말처럼 무인양품의 강점이 감화력에 있다면 그들은 정말
무서운 집단이 아닐 수 없겠다. 일본인의 정서 밑바닥에 깔린 '간소함'을 끄집어내어 가장 일본적인 것으로 가장 세계적인 것을 완성해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무인양품은 브랜드가 아니라고 말했던가. 소비의 미래를 내다보며 오늘의 제품을 디자인 한다는 그들은 미니멀리즘이 아닌 '공'이라는
개념으로 유행을 넘어선 스타일을 만들어내면서 결코 머물러 있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놀라운데, 자칫 심심해 보일 수도 있을수도 있는
핸디캡을 세련됨이라는 장점으로 부각시키면서도 1980년부터 지금까지 지치지도 않는 애정을 소비자로부터 받고 있다.
개개인의 디자인에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실상은 세밀한 곳까지 디자인 한다는 그들의 철저함. 마치 누드 메이크업, 스킨 메이크업이 일반
메이크업보다 더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여 화장해야하는 화장법인 것처럼 가장 단순하고 매끈하게 보였던 무인양품의 디자인에 대한 호감은 앞으로도
식지 않을 것 같다. "더할나위 없다"라는 말을 붙여도 좋을 디자인, 무인양품! 다음 여행에는 좀 더 꼼꼼하게 그들의 트렌드를 둘러보고 올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싶다. 바꾸어 말하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을만큼 시간내어 여행다녀올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