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이제 좀 행복해져야겠다 - 당신과 나 사이 2.5그램
정헌재(페리테일) 글.그림.사진 / 넥서스BOOKS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얼마전에도 고백한 바 있지만 요즘 부쩍 에세이라는 장르가 좋아졌다.
다양한 사람들이 집필하기 시작하면서 그 읽을거리들이 풍성해져서일까.
p143 지금 우리에겐 필요한 건, 따뜻한 거 바로 그거
<포엠툰>,<완두콩>으로 만났던 정헌재 작가의 <나는 이제 좀 행복해져야겠다>는 힐링카툰이다. 시처럼
짧게 쓰여진 글 속에서 현재의 나에게 필요한 따뜻함을 얻어가고, 내 기억속 길 속에서 함께 손잡고 걸었던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해내고, 인생의
나침반을 떠올리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선택하게 만드는...언제나 좋은 마감을 도와주는 그런 에세이가 바로 저자의 책이다. 그래서 나는 늘
가벼운 마음으로 페이지를 펼치곤 했는데, 이번에도 그 마음가짐은 동일했다.
p86 하루에 한 번 빛으로 샤워하다 / 오후의 온도에서 잠깐
정지
얼마전 이웃에게서 그런 인사를 들은 적이 있다. "꽃모닝~" 플로리스트인 그녀는 건네는 인사말에서조차 꽃향기가 풀풀 풍겨나와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는데, 이런 인사 들은지가 오랜만이라 혼자 함박 웃고 말았다. 카톡 메시지에도 올려놓았을만큼 크리에이티브했던 이 인사말을 나는 요즘
참 많이 나누고 있다. 지인들에게.
저자의 감성도 다르지 않았는지 언제부터 오후의 시간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너무 아름다워서인 것 같다고.
오후의 온도에서 잠깐 정지할 수 있는 저 마음의 여유. 그가 언젠가부터 오후 시간을 기록하듯 나는 반대로 언젠가부터 광합성 하던 습관(?)을
잃어버리며 살고 있었다. 새벽에 출근해서 새벽에 퇴근하는...외국 출장에서 돌아와서도 시차 따위는 버려버리고 바로 출근해서 교육 준비를 하던
나여서 점심 먹고 잠시 광합성하러 태양을 보러 가던 그 시간이 꿀맛 같았는데....바쁨을 잃어버린 인생 시간은 좋은 습관조차 잊어버리게 만들어
버렸나? 싶어 약간 슬퍼지긴 했다. 어쨌든 '지금보다 더 괜찮을 거야. 당신과 나' 라는 위로를 전하는 감성 포토 에세이는
그림/글/사진 세 가지를 통해 소소한 일상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잘 봐, 아주 행복하게 지나가고 있잖아. 그러니 괜찮아~ 라는 식으로.
가장 좋았던 표현은 "힘내라! 나의 방향"이라는 문구였는데, 2016년의 그 시작점에서 발견하여 그 의미가 남달랐던 것 같다. 20대에는
운명같이 자꾸만 마주치던 사람 남자 친구에게 늦은 밤 전화 걸어 "괜찮다고 말해줘" 라고 말한 뒤, "괜찮아" 한 마디를 듣고 잠들곤 했는데.
30대엔 달달한 녀석의 목소리가 없어도 나는 괜찮아 질 것을 알고 괜찮다...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 줄 아는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다. 전화
번호가 바뀌고 연락이 끊겨도 정말 상상하지도 못한 곳에서 녀석과 마주치곤 했던 것처럼 이 책 내게 상상하지 못했지만 익숙한 언어로 말을 걸어
오고 있다. 매번 작가의 신작을 펼칠 때마다. 그래서 저자의 에세이 속에는 그 녀석과 마주칠 때마다 느꼈던 그 익숙한 향이 배여있다. 언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