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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사랑하는 법 ㅣ 소설Blue 3
박선희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2월
평점 :
홀수는 언제나 위험하다
어른들이 뭐라 말할 수 없는 시기인 청소년기, 그것도 감수성 예민한 여자 아이, 거기다가 셋.
위태위태한 시한폭탄을 손에 쥔 듯 뭐가 터져나올지 모를 이야기가 <고양이를 사랑하는 법>이었다.
제목이 주는 어감은 참 따뜻하지만 일단은 위험 요소 셋을 소재로 하고 있으므로 나느 좀 뜸을 들이며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를 집필한 저자 박선희는 제 3회 블루픽션상 수상 작가다. 공교롭게도 조카 넷이 모두 청소년기라
자연스럽게 집필되었다는 <고양이를 사랑하는 법>은 그래서인지 올드한 면이 엿보이지 않았다. 1970년대에 가져다 읽어도 2017년에
가져다 읽어도 튀지 않을 소설. 바로 청소년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어떻든 간에 이 시절은 그 누구에게나 불안정하고 불투명하고
비완성적이어서 10대에게는 공감을, 20대에게는 향수를, 30대에게는 웃음과 그리움을 떠올리게 만든다.
열 일곱의 여자 애 셋, 절친이라고는 하지만 짝수가 아니니 불안불안하다. '사랑'보다는 '우정'에 더 목매는 나이인데 그 들 중 하나는
비밀 연애를 하고 있고 다른 한 아이는 비밀을 만든 것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으며 나머지 한 아이는 친구의 '날라리한 과거'에 충격을 받는다.
어른이 되고 생각하면 이것들을 별 일들이 아닌데, 이 시기의 소녀들에게는 세상이 두쪽날만큼 큰일 날 이이어서 이야기는 알콩달콩 푸르죽죽하게
파도처럼 물결친다.
소리네 이모가 키우는 유기 고양이 오드리(샴)가 종종 등장하며 깨알 재미로 그 무게를 맞추면서 이야기는 달콤쌉싸름한 웃음을 건네는데 '무슨
수를 써서든 독자를 내 편으로 만들면 이기는 것'이라는 면에서 보자면 작가는 참 노련하다는 생각이 든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청소년기의 일상을
훌륭한 요리처럼 잘 버무려 놓았으니까.
소녀들의 우정은 결국 오드리라는 고양이에 대한 책임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알레르기가 있지만 오드리를 키우겠다는 소리의 이모와 소녀 집사
셋이 오드리의 거취를 두고 대화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물론 소설은 이렇게 끝났지만 그들은 또 싸울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화해하겠지. 내가 그때
그시절 절친과 딱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