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페의 어린 시절
장 자크 상뻬 지음, 양영란 옮김 / 미메시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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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자끄 상뻬를 처음 알게 된 건 <꼬마 니콜라> 덕분이었지만 좋아하게 된 건 <얼굴 빨개지는 아이>를 보고 나서부터였다. 그의 그림은 완벽하다거나 세밀한 묘사로 완성된 느낌은 없다. 반대로 여백 속에 듬성듬성 펜을 흘려 그린 듯한 그 여유로운 터치가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느낌을 전하곤 했다.

 

단색이건 여러 색이 입혀져있건 상관없이 따뜻했으므로. 언제나 봄날 같은 그 그림들은 많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거나 하진 않았지만 드라마 개인의 취향에 삽입되었던 'Fine'라는 곡처럼 상큼함을 던져주곤 했고 그래서 장난스럽게 혹은 익살스럽게 그려진 그림 속 아이들이 궁금해지곤 했다. 가끔.....

 

p37  거짓말은 인생을 꼬아놓죠

 

그래서였을까. 놀랄만큼 솔직한 고백들이 <상뻬의 어린 시절>에서 이어진다. 마치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유년시절이 불우했듯 상뻬의 어린 시절도 가난하고 불우했다. 가난했고 끔찍할 정도로 외톨박이였으며 양아버지와 주변 사람들로부터 '정상이 아닌 아이'라는 표현과 시선을 받으며 자라나야했다. 중학교 시절 퇴학까지 당할 정도로 별난 아이 같았지만 반대로 스스로 '감상벽'이라고 부를만큼 감수성이 충만한 아이였다. 물론 노인이 된 지금에도 변함없이 감상적인 상뻬는 '즐겁지 않으면 살 수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귀여운 할아버지지만.

 

어린 아이가 그린 것처럼 단순해 보이는 상뻬의 그림 속에는 사실 인생의 희노애락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줄줄이 문자로 풀어쓰지 않아도 그림 한 장이 참으로 많은 모습들을 보여주는구나. 싶어져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이 갑자기 무척이나 부러워졌다. 300장, 1200장, 10000장을 고혈을 짜내며 쓰는 일 보다 어쩌면 단 한 장의 그리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 되겠구나 싶어져서. 내가 펜 대신 붓을 선택했더라면 어땠을까.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구절처럼 '가지 않은 길' 그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마음이겠지만.

 

한가지 놀라운 건 자신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해서 반드시 내 아이에게는 좋은 아빠가 될거야!! 라고 맘먹게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상뻬는 좋은 아빠는 아니었노라고 고백하고 있다.  외동으로 자라서 아이를 챙겨 주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싫었노라며. 살짝 재미난 에피소드를 소개하게도 했는데, 여러 달 동안 딸 아이의 따귀(?)를 때릴 기회를 엿보다가 한 대 때렸더니 아이가 발로 걷어차더라며 웃고 만 상뻬는 이 일화만 봐도 맘 속에 어린 아이의 마음이 가득한 사람임을 알게 한다. 어른의 마음 속에 파릇파릇 새싹처럼 자라고 있는 아이의 마음.

 

픕픕...새어나오는 웃음을 참게 만드는 [상뻬의 어린시절] 속엔 즐거운 고백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지만 한 층 더 가깝게 한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모든 인터뷰가 포함되어 있었다. 멋진 삽화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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