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
신흥식 역주 / 글로벌콘텐츠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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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에는 유독 좋은 말씀들이 많다. 종교인은 아니지만 그 좋은 말씀을 쫓아 여러 해석본들을 보며 명언 수집하듯 메모노트에 담아왔다. 하지만 새로운 출판사의 새로운 번역본이 나오면 어김없이 또 손에 쥐게 된다. 법구경은 하나일진데....도대체 나는 왜 이러는 것일까. 매번.

 

글로벌콘텐츠에서 편찬한 <<법구경>>은 팔리어본이 아닌 한역본의 해석서로 부처님의 말씀이 아닌 여러 경전에 분포되어 있는 게송으로 인도의 법구가 처음 팔리어로 편집하였고 이후 중국에서 한역되었다고 전한다. 그 본디 이름은 '담마파다'라는데 팔리어로 이는 '진리의 말씀'이라고 했다.

 

진리의 말씀이라....석가탄신일에 방영되는 특별 영화속 성우의 더빙 목소리가 귓전을 스치듯 읽는 내내 맴돌았고 그 경건함이 그대로 전해져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꼿꼿한 자세로 읽다보니 책 한 권을 다 읽고나서 삭신이 쑤셔오는 부작용을 겪게 되고 말았다. 발도 저리고 머리도 지끈지끈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많은 좋은 말씀들을 내 가슴에 던져주었다.

 

 

176  단 한 번 법에서 벗어난 허물이었다고 이르길 망령되게 말하는 사람은

       후세에도 '과보를'면치 못하고 악업에 휩쓸려서 고치지 못하게 되느니라.

 

 

단 한 번 인데 어때라는 흐트러진 마음가짐으로 산다면 한 번만으로 끝낼 리 없다는 거다. 하늘에 닿을 만한 욕망이 있다 해도 지혜롭게 놓아서 탐욕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이때문이 아닐까. 삼존(불/연락/아라한), 오도(지옥/아귀/축생/인간/천상/오취) 등이 귀에 익을만큼 살아왔지만 이 나이가 되어도 아직 마음을 다스리는 법은 잘 알지 못한 채 산다. 삶이 이미 편안한 것은 근심할 만한 일에도 근심하지 않기 때문이라지만 살면서 없는 근심도 만들어 하는 생명이 바로 인간이기에 나 역시 근심없도록 행하며 살기 참으로 힘들어 여러번 좌절할 때가 많았다.

 

페이지를 넘기다가 익숙한 구절을 보고 슬며시 웃음이 지어졌다.

 

210  사랑하는 바를 만들지 말고 또한 미워함도 만들지 말게나

       사랑하는 사람은 만나지 못해서 괴롭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만나면 괴로우니라.

 

라는 구절은 연인들 사이 인연에 관한 명언이려니...했거늘 법구경 속에서 마주하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또한 마치 달이 구름을 헤치고 나오듯이....로 이어지는 172장과 173장은 그 문장이 마치 시와 같아서 향기롭게 느껴졌다. 말씀대로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리는 법구경의 현구를 쫓되 그 말씀대로 100%  살 수 없는 환경에 내던져져있다. 환경을 탓하는 것부터가 법구경에 저해되는 일일 것이지만 사실을 부정하고 진실에 다가설 수 없으니 현실을 인정하고 그에 맞게 법구경의 말씀을 적용하며 살아야겠다 싶어졌다.

 

우리는 사람으로 살 수도 있지만 괴물로 살아갈 수도 있다. 작은 선택 하나하나가 모여 그 인생을 조각보 잇듯 이어나가다보면 인생이라는 큰 결과물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그제서야 살아온 날들이 어떻 모양, 어떤 크기, 어떤 색인지 알게 된다. 뒤늦은 후회도 소용없게 되기 전에 그 마음을 다잡아 보려 <<법구경>>의 좋은 말씀들을 다시 펼쳐들었다. 최근 마음을 흐트러뜨리던 일들에서 벗어나 냉철한 이성과 차가운 시선으로 주변을 다시 살펴보려 한다. 그래도 법구경에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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