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우발적인 살인도 아니고 이왕이면 죽일꺼 화끈하고 완벽하게 뒤처리를 했어야지......! 읽는 내내 허술함에 불안불안하더니 결국 그들은 꼬리를 잡혀 버렸다. [용의자 X의 헌신]을 읽을 때와는 정반대의 상황이었지만 들킬까봐 걱정되는 그 마음은 같아서 꽤 두꺼운 양인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읽어버렸다. 오쿠다 히데오의 [나오미와 가나코].

 

9만 엔짜리 월세 맨션에 살고 있는 나오미는 4년제 대학 문학부를 졸업했지만 원하던 큐레이터가 되지 못하고 '아오이 백화점' 외판부에서 7년째 근무 중이다. 당차고 딱 부러진 성격이지만 사회생활을 해 나가며 고집을 꺾고 비위를 맞추며 직장인 모드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백화점에 중국인 구매 고객들이 밀물처럼 들이닥치고 그 과정에서 고가의 시계를 도난 당했다.

 

그 여자다!!!

 

뻔뻔스러울만큼 당당했던 그 중국 여자. 첫인상은 분명 중요하지만 나쁘게 시작했다고 나쁘게 인연을 이어갈 필요는 없는 법. 뻔뻔했던 이면에는 사회생활 속에서 좌절감을 맛봐야했던 나오미에게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전해줄만큼의 청량한 그 무엇인가가 있었고 도난을 계기로 서로 윈윈하는 관게를 맺게 된 나오미는 종종 그녀의 가게에 들리며 차이나타운에 입지를 넓혀나가게 되었다.

 

나오미와 대학동창인 가나코는 대형 가전업체에서 일하다가 동료의 소개로 만난 은행원과 결혼하면서 전업주부가 되었다. 생활은 넉넉했지만 행복하진 않았다. 남편의 폭력 때문에.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하고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흔들어대는 것은 물론 수시로 몸에 멍을 새기면서 가나코는 아무도 모르게 홀로 가정내 폭력을 견디며 집 안에서 시들어가고 있었다. 종종 들리던 나오미에게 들키기 전까지는

 

P 127     이것은 합당한 도리인가, 무리인가

 

폭력가정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동창의 불행을 볼 수 없어 적극적으로 살인을 돕는다는 설정이지만 이 역시 이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감정이 이입되었다고 해도 제 3자다. 사람을 죽이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오미는 가나코와 함께 그녀의 남편을 죽이고 산에 묻어 버렸으며 비슷하게 생긴 중국인 남자에게 여권을 쥐어 중국으로 출국시켜 버렸다. 그리고는 끝???

 

우발범죄도 아니고 계획범죄 치고는 너무나 간단하고 쉬웠다. 이럴리가 없는데..... 급히 먹는 밥이 체할 수 밖에 없듯 그녀들의 살인은 시누이에 의해 의심을 샀고 종국에는 그날의 행적들이 낱낱이 밝혀졌다. 그리고 그녀들은 도망쳤다. 멀리멀리-.

 

두 여자가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것만 듣고 나는 이야기가 <델마와 루이스>와 비슷하리라 여겼다. 하지만 나오코와 가나코의 이야기는 달랐다. 이해할 수 없는 설정들이 몇몇가지 눈에 띄이긴 했지만 두께에 비해 가독성이 좋아 신나게 읽혔고 리아케미, 나이토, 요조 등등 캐릭터가 분명한 조연들이 등장해 재미를 가미하고 있다. 다만 좀 더 철저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두 여자의 살인계획.

 

가나코는 몰라도 사회생활 7년차의 순진하지 않은 나오미의 경우에는 여러모로 더 신경썼어야 했다. 계획 전에는 그래도 이것저것 재어 보더니 중국인 린의 출국 이후에는 너무 안심해 버린 것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사람을 죽였는데, 태연할 수 있을까. 들킬까봐 조마조마해야하고 혹시 빠뜨린 것은 없는지 조심해야했으며 도심 곳곳에 CCTV는 당연히 고려되어졌어야만 했다. 도심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성이라면. 그래서 아쉽다. 미야베미유키의 2000년 작 <화차> 보다 더 주의 깊지 못했다. 이 두 여인은.

 

죽여 버릴까? 네 남편??

 

친구가 물어온다면 "YES"로 답할 여성들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그들에게 이 소설은 어떤 느낌으로 읽힐까.

문득 그것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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