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로큰롤
오쿠다 히데오 지음, 권영주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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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오쿠다 히데오는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날 펼쳐보기 좋은 책 <공중그네>를 집필한 작가다. 유쾌하다 못해 배꼽이 발바닥까지 내려가는 듯한 현기증을 느껴야했던 독특한 정신과 의사가 보여주는 웃기는 힐링은 '내게도 저런 주치의가 있다면 결코 우울할 날이 없을거야'싶어질 정도여서 살짝 부럽기도 했던 작품이다. 그리고 <남쪽으로 튀어>. 한국버전의 영화까지 재미나게 본 작품이라 잔상이 오래 남았다. 하지만 반대로 <올림픽의 몸값>,<꿈의 도시>,<인 더 풀> 등은 그다지 나와 코드가 맞지 않아 읽긴 했어도 기억의 창고에 며칠 머물지 못했다.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라 그의 신작이 나왔다고 하면 의례 다른 이들의 서평이 올려지길 기다렸다가 몇몇 내용을 읽어보고 구매를 결정하곤 했는데 그러다보니 그는 닥치고 믿고 바잉하는 브랜드네이밍 작가는 아니었던 것. <시골에서 로큰롤> 역시 처음 표지를 보며 이번엔 로큰롤? 이네 싶었지만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라고 해서 놀랐다. 1972년부터 1977년까지.....내가 태어나기 이전의 시간에 소년기를 보내며 그는 어떻게 록음악을 만나 사랑하게 되었을까. 어쩌면 록을 만나지 않았다면 작가가 되지 않았을 것 이라는 그의 고백으로 말미암아 더 궁금해져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p9  나는 현재 폭주 중이다

 

하루 평균 두 장씩 반년 사이에 300장의 아날로그 레코드를 사 모았다고 첫문장을 던진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작가에게 첫문장이란 출사표인 동시에 작품 전반에 걸친 줄거리의 첫 뜸이니까. 그래. 폭주중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창작의 삶을 살아낼 수 있겠는가. 그 열정이 글을 쓸때만 훅 지폈다가 이후 인간의 삶에서는 절전모드가 되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또 인간이라고 불리는 것이리라. 몰입하고 폭주하고 남들이 보기에는 적정선을 좀 넘는다 싶을 정도지만 오쿠다 히데오 답다 싶어진다. 1년 넘는 신문 연재를 잘 마무리한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 치고는 고상하고 아름다운 선택이 아닌가.

 

추억담 속에서 그는 진중하기보다는 그 나이때의 다른 소년들처럼 알몸의 여인을 보기 위해 극장으로 향했으며 수업료로 레코드 구매를 했고 밀린 체납금을 파친코로 메우려고 했던 엉뚱한 면모를 부끄럼 없이 고백했다. 자유로운 영혼의 길을 택한 그의 주인공들의 성향은 그 자신 속에 내재된 것들이었음을 <시골에서 로큰롤>을 읽으며 발견하게 된 것이다. 나란 독자는.

 

그저 재미있게 썼다고 생각했던 그 소설들이 실은 가장 자연스럽게 쓰여졌던 것. 무엇보다 그 사실을 발견하고나서는 무척이나 유쾌해져버렸다. 세상에 이런 사람들 있을까? 했더니. 있었다. 그래서 좀 더 숨구멍이 트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세상이라는 곳에.

 

저마다 즐긴다는 행위를 특별히 어려워한다는 일본인에게 록은 '우리 지금 즐기고 있어요'라는 표식이라고 했던가. 후회가 많다는 스스로의 인생 중에서 가장 잘한 선택중 하나가 바로 로큰롤과 함께 어른이 된 것이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 애정을 에세이 속에 듬뿍 담아 독자 앞에 내어놓으면서 그 자신 역시 향수에 젖어 버린 것은 아닐까. 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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