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듯, 여행 - 배낭을 메고 세계여행을 하며 웨딩사진을 찍다
라라 글.사진 / 마음의숲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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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함께  혹은 커플이 함께 해외 여행을 다녀오고 그 기록을 책으로 출판하는 일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띤다. 과연 오랜 시간 동안 낯선 곳을 여행하며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을 수 있을까. 대답은 노! 치열하게 싸우고 또 달콤하게 화해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듯 여행을 즐기다 오는 그들의 사랑이야말고 얼음성처럼 굳건해져 여행을 마치고 개선장군처럼 돌아올 것만 같아서 부럽기만 하다. 나 역시 그런 의미에서라면 여행은 언제든지 환영인데......!

 

 

 

 

p65 사랑했던 감정은 잊고 어느새 손톱을 들어낸 채 싸우고 있다. 우리 이대로 괜찮은 걸까?

 

 

서른 살이 되던 해 여행자가 되어 5년간 세계 각국의 길을 걸었던 여자는 결혼에 대한 시선이 남달랐다. 불필요한 과소비품목들을 줄이고 그 돈으로 좋아하는 여행을 신나게 다녀오는 것. 비슷한 생각이고 올바른 생각이라고 여겼지만 이곳은 대한민국! 역시 어른들의 불편한 시선 앞에서는 한 발 양보할 수 밖에 없었으니....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온 기성세대에게  100% 양보를 원하는 것은 아직은 무리인 듯 싶다. 스몰 웨딩이 유행한다고는 하지만 둘이서 가까운 가족들만 불러 "평생 잘 살겠습니다"하면 되었지 또 무슨 그런 허례허식들에 휩싸여야만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긴 하다. 아마 이것을 '전통'으로 보느냐 '인습'으로 여기느냐의 차이겠지. 20살에도 지금도 화려한 결혼식을 꿈꿔 본 일이 없는 내게 시간이 묵혀지면 묵혀질수록 간소화되고 불필요함이 배제된 결혼식에 대한 열망은 현실적인 목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들처럼 멋지게 웨딩촬영을 시도하지는 못하겠지만.

 

 

 

p81  여행자를 사로잡는 사소한 감정

 

 

아무튼 한발 양보했던 그들은 186일간 세계 곳곳을 돌며 그 곳에서 웨딩사진을 찍어 추억을 남기다 돌아왔는데 그들의 신혼여행이 너무나 독특하여 그만 사로잡혀 버렸다. 현재는 제주의 삶을 준비하고자 한다니...제주라는 섬은 자유로운 영혼들을 불러 모으는 그런 공간인가 보다. 부럽기만 하다. 제주의 삶.

 

그치만 이들도 언제나 핑크빛은 아니었다. 서로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사워댔고 심지어는 여권을 챙겨 짝을 둔 채 일방적으로 떠나버리기도 했다. 우린 서로가 너무 다른 사람인 것 같다. 네가 나를 이해 못하듯, 나도 너를 이해할 수 없어. 이제 그만 하자 는 말을 내뱉고 들었을 만큼. 남인 내가 곱씹어보아도 참 가슴아픈 말인데 둘의 열정이 너무나 똑같아 그 온도와 높이 때문에 불같이 싸우고 물처럼 화해하나보다. 그들은. 격정적인 로맨스를 펼친 이들 부부는 헤어진지 하루만에 상봉했다. 신혼여행지에서 각자 찢어져 오는 부부들이 많은데 비해 이들 부부는 아마 평생을 이렇게 티격대격하며 붙어 살 운명이었나보다. 연애하듯 시작되었던 그들의 신혼 여행은 이제 막을 내렸다. 책 한 권에 예쁨만 담겨 있었다면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너무나 사실적으로 털어놓아 꼭 친한친구에게 귀를 내어주고 "너만 알고 있어" 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느낌이었달까. 불꽃 튀기게 사랑했던 그들의 종착지는 제주. 어쩌면 그곳 또한 떠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근사한 추억담을 롤러코스트타듯 들려준 이들 부부에게 고마움마저 느껴졌다. 너무나 똑같아서 인연을 놓쳐본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로맨스는 또 하나의 기적, 네버엔딩 스토리를 꿈꾸게 만들기 때문이다.

 

두 마리의 고양이도 화이팅! 이들 커플도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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