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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톡 - 인생이 피곤할 때, 귀찮을 때, 두려울 때 하나씩 까먹는 마음의 문장들
양창이 지음, 이지수 옮김 / 지식너머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말로 설득해야하는 시대는 지났다. 설득이 아닌 공감을....설명이 아닌 소통을 야기시켜야지만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는. 그래서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잣대를 들이대는 세대가 불편해 피하고 만다. 그런데 중국 대표 SNS인 시나웨이보에 글을 올려 수십 만 명의
중국인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사람이 있었다. 그 이름은 양창이.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작가로 활동 중이라는 그는 '배드 테이스트의 황당한
이론'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연재하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문화도 다르고 일상이 다른데 무슨 공감기류를 형성할 수 있겠어? 했다가 큰 코
다친 독자가 되어 버린 내게 그는 세상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문장으로 던져 주었다.
P109 모두들 자신이 느끼는 대로 살아가는 시대다
우리는 언제나 자기 자신을 바꾸려고 하기 보다는
상대방이 변하기를 바란다.
라고. 평범한 문장이고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인데 묘하게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실 공자맹자 시절에도 사람들은 그들의 생각에 관심을 두고 귀를
기울여 왔다. 과거에는 현자들의 말에 주목했다면 이제는 적절한 타이밍에 현어를 내뱉는 사람들에게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 다를 것이다. 그들의
직접이 무엇이든 간에.
철학자나 사상가가 아닌 자신의 전문직을 가진 평범한 이웃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래서 백배 더 공감할 수 있는 생활언어로 다가오지만 한번씩
폐부를 통과하는 듯한 찌릿함도 느낄 수 있어 놀라울 때가 많다. 그럴 때면 이 사람은 평소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인지~ 생각이 많은 사람인지
눈여겨 보게 된다. 시인의 언어가 아닌 일상어로도 누군가의 마음을 얻어낼 수 있다면 이 사람들이야말로 언어의 연금술사로 불려도 좋지 않을까
싶어져서.
사람들의 얼굴에 각자의 이야기가 담기듯 그들이 내뱉은 말
속에도 우리는 살아온 시간의 단면을 짐작해볼 수 있다. 모르는 이야기는 아무리 그럴듯하게 꾸며내도 어설프기 짝이 없기 때문에 진솔함이 우려난
이야기에는 분명 그의 경험담이 녹여져 있기 마련이다.. 말 한마디로 누군가의 인생관을
바꿔놓는다면 그것이 바로 당신의 가치다 라고 했던가. 이 말을 토대로 보자면 나의 가치는 이미 몇년 전에 멈추어져
있다. 더이상 타인의 인생에 조언도 멘토링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가치 있는 일들을 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산다. 언행일치! 생각한대로 말하는대로 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지수표나 보증수표까지는 못되더라도 적어도 부도수표 같은 말은
남발하면서 살지 말자! 는 주의라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결국 자신이 결정할 문제일 것이다. 최근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고
뻔뻔하게 나몰라라 하는 어른의 행태를 보면서 그녀는 결국 저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저렇게 살 위인이라 판단하고 손을 놓았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하나, 하나 그 업이 쌓이면 결국 책임져야 할 사람은 그녀 자신이 될 것이 자명한 일이기 때문에 굳이 내 입과 손으로 그 일들의 잘못을 일깨워
줄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게 만든 밑바닥 인격의 주인공이었으므로.
가장 사랑받았던 300여 편의 글을 엄선해 출판했다는 바나나톡이 인기가 있다는 사실은 중국 젊은이들에게는 희망의 신호탄일 것이다.
인간관계의 단절을 꿈꾸기 보다는 타인의 생각을 궁금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쉽게
구매할 수 있고 쉽게 까서 먹을 수 있는 바나나. 쉽게쉽게 볼 수 있는 바나나톡.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기류는 은은한 향을 남기는 좋은 차처럼
그 특유의 잔재를 남겨 놓는다. 좋은 문장으로가 아니라 좋은 그 느낌 그대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