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 좋아!
프란 프레스톤 개논 글.그림, 이영란 옮김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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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샌닥과 한달 동안 코네티컷에 있는 작업실에서 그림책 작업을 함께 하였다는 프란 프레스톤 개논.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라는 그녀의 동화는 심플하면서도 귀엽고 다정다감했다. 짧은 이야기여서 쉬웠고 그로 인해 나이가 아주 어린 영유아에게 이야기를 읽어주기에도 좋은 동화책 한 권.

 

어른이 되고나면 왜 이런 이야기들과 멀어져 다소 복잡하고 마음을 힘들게 하는 이야기들에 빠져들게 되고마는지....서른이 넘어 다시 동화책 읽기를 시작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지 않았다. 마음의 치유. 동화 읽기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에.

 

그 덕분에 [까만코다]처럼 가슴 뭉클한 동화도 발견할 수 있었고 [빨강이 어때서] 같은 유쾌한 동화와도 함께 할 수 있었다. 짧고 심플하면서도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가져다 줄 동화가 세상에 몇 편이나 존재하는 것일까. 아이들이 화려한 색감을 좋아하는 것을 알텐데도 작가는 동화책을 시커먼 색으로 선택했다. 다소 무섭게 느껴질까? 싶어 우려가 되기도 했는데 왠 걸~ 바탕이 까만색이라 하얀 글씨들이 더 도드라져보였고 하얀 포와 회색빛깔의 페퍼가 더 눈에 잘 띄였다. 검은 배경으로 증명사진을 찍으면 인물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처럼.

 

포가 오기 전까지 집안에서 유일한 고양이였다는 '페퍼'는 회색빛의 몽실몽실한 낮잠쟁이 고양이. 꼭 함께 살고 있는 나의 고양이 마요마요랑 닮아서 첫장부터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 녀석. 그런 페퍼 앞을 알짱알짱대며 페퍼를 쫓아다니는 쪼그마한 아기 고양이 포는 얼마전부터 함께 살기 시작한 나랑이라는 나의 고양이의 모습과 닮아있어서 또 웃음 큭큭나기 시작했고.

 

고양이 두 마리가 등장하는데 왜 제목은 [일요일이 좋아]일까? 궁금했는데 페퍼는 일요일을 좋아했고 월요일도 맘에 들어 했으며 화요일도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수요일엔 뭔가 달라져서 기분이 이상했다고 말했다. 바로 수요일에 집사가 아기 고야이 포를 데려왔기 때문에. '너를 위해서 데려왔어'라는 집사와 '싫은데'라며 표정이 굳어진 페퍼. 제 장난감을 멋대로 가지고 놀고 전용 쿠션에 올라가 발라당 누워 있고 사료도 같이 야금야금 먹는 포 때문에 목요일부터 기분을 망친 페퍼는 토요일에 급기야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쫄랑쫄랑 따라다니는 포를 피해서. 우다다하는 도중 물건들이 흩어지고 엉망이되고...그 사이에 떨어져 겁을 먹고 있는 아기 고양이 포를 보면서야 페퍼는 '겁먹지마'라고 한마디 건낼 수 있었는데  그때 돌아온 집사가 대체 누가 난장판을 만들어 놓았냐고 묻자 동시에 개를 가리키며 '쟤가요"해 버린 죽이 척척 맞는 고양이 두마리.

 

결국 그래서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나빴던 기분은 하늘로 다 날려 버리고 페퍼와 포는 다시 일요일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한 마리 이상 고양이를 키워 본 집사라면 자신들의 고양이 합사를 떠올리며 '맞아! 이랬지'라고 무릎을 칠만한 작은 에피소드가 한 권의 훌륭한 동화책으로 완성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감격하며 나는 이 책을 고양이 서가에 꽂아두었다. 두고두고 나의 고양이들에게 읽어주기 위해서. 특히 잠투정을 하는 호랑이나 나랑이에게 고양이 동화책을 읽어주며 쓰담쓰담 등을 긁어주는 일은 고양이를 반려하면서 생긴 즐거운 저녁 일과 중 하나가 되어 버렸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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