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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어떻게든 살아간다옹 - 노자와 길고양이에게 배우는 인문학 사진에세이
이토 준코 지음, 박미정 옮김, 미나미하바 슌스케 그림 / 미디어샘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어찌어찌하여 고양이와 함께하게 된지 6년.
생활패턴도 많이 변했고 이것저것 예전과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고양이를 반려하며 가장 크게 변한 것은 곁에서 살면서 참 많이 배우게 된다는
거다. 이상하게도 그렇다. 고양이는 스스로 가르치려 노력 하지 않는데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면서 참 많은 위로를 주는 존재다.
특히 급한 마음을 잠재우기 선수가 바로 고양이인데, 급하게 맘 먹거나 뜻한대로 되지 않아 쉽게 좌절하는 인간 옆에서 천연덕스럽게 그루밍을
하며 "뭐가 그리 급해? 꼭 오늘 해야해? 노노~~ 내일도 세상은 망하지 않아"라는 느긋함을 알려줄때가 있다. 시름을 잃고 넋놓고 쳐다보게 되는
까닭도 바로 그것. 곁에서 보고 있으면 세상 시름할 일이 없다.
일본의 기획자이자 에세이스트인 이토 준코는 <<도덕경>>을 쓴 노자라는 현자의 사상을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고양이의 삶과 나란히 두며 의연한 삶의 자세로 살아가기를 권한다. 자연스럽게 행동해야 자연스럽게 살 수 있다고 말하면서. 총 81장으로 이루어진
노자의 산문이 이처럼 쉬워도 좋을까? 싶을 정도로 귀여운 고양이 사진들과 맞물려 웃음짓게 만든다. 모든 페이지 속에서.
가령, 인정받으면 좋을까? (p48) 페이지에서는 올블랙
고양이 한마리가 " 뭐, 부르고 싶은대로 부르세요. 그래도 나는 나니까"라며 의연하게 앉아 있다. 그 모습이
멋져서 노자의 글을 읽어보니 "무언가를 이루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느냐 하는 것보다 내가 존재하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일깨워주면서-. 꿀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고양이에 관한 맛있는 이야기>를 하단에 각주처럼 덧붙여 독일의 와인인 젤러 슈바르체
카츠는 검은 고양이가 앉아 있던 통의 와인 맛이 탁월하다 하여 라벨에 검은 고양이를 그려넣는다는 재미난 에피소드를 짧막하게나마 전한다. 이쯤되면
이 책, 일타삼피쯤 된다고나 할까?
그 외에도 다른 사람의 신뢰를 얻으려면/욕망을 멈출수 있다면/진정한 성공이란/의연함의 조건/쉽게 부자 되는 법/작아도 중요한 이유/완전하지
않아도 괜찮아/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 등등...목차만 보면 어느 처세서에서나 나올법한 내용이지만 교훈을 주려는 내용이 아니라 따뜻한 시선으로
고양이를 바라보면서 노자의 '무위자연'을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는 글들이다보니 웃으면서 가볍게 읽을 수 있어 좋다. 포켓용처럼 작고 가벼운
책이라 지하철이나 버스로 이동할때 큼지막한 아우터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틈틈이 꺼내 들 수 있어 활용도까지 만점. 센스돋는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눈떠졌던 부분은 중국 다롄에서 2등 복권에 당첨된 고양이 이야기였는데 녀석은 직접 번호를 고르고 출력까지 스스로 한 복권에 당당히 당첨되었다고
한다. 온갖 고민에 휩싸여 있을 때 이 책 한 권이면 술술 그 생각의 타래들을 풀어내거나 아예 저쪽 한 편에 던져두고 묵힐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제목처럼 '괜찮아. 어떻게든 살아간다옹'의 자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