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흥분 - 98일간의 기록 마이 리틀 트래블 스토리
유지혜 지음 / 북노마드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나는 것일까. 고작 스물 셋인데.

나의 스물 셋을 뒤돌아보게 만든 [조용한 흥분]은 스물셋의 풋풋함과 용기 그리고 그 설렘을 가득 체험하게 만든 책이다.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려 그 시절로 돌아가 가장 친한 친구의 여행을 곁에서 지켜보듯 읽게 만든 한 권의 에세이.

 

로마, 피렌체, 파리, 바르셀로나,런던으로 이어진 98일간의 여행기록은 여행자로서만 쓰여진 것이 아니라 짧은 체류기간이지만 생활인으로서의 힘듦도 고스란히 들어 있었고 버티기 한 판, 사서 고생하는 데 대한 고뇌와 자책도 함께 쓰여있어 더 리얼했다. 만약 그녀가 좋았다 라고만 썼다면 나는 읽다가 그만 던져버렸을지도 모른다. 이 책!

 

 

스물 셋은 가볍다. 깃털처럼 훨훨 날아가기에 적당하고 꿈과 현실 사이에서 꿈을 선택하기 쉽고 작은 일에도 깔깔 댈 수 있는 그런 가벼움이 있어 좋은 나이다. 그런데 그녀는 달랐다. 엄마에게 일체 한푼도 도움받지 않겠다며 여행자금을 꿋꿋하게 모았고 해외에서 어려운 상황에 봉착해도 가족에게 의지하지 않았다. 나약하지 않은 20대. 완전 어른스럽지도 않은 발랄한 아가씨가 책임감으로 무장하고 자신의 삶을 글로벌 라이프에 던져놓고 시험대에 올라섰다. 멋지다!! 라는 탄성이 절로 터져나오는 것은 아마 내가 그 나이때를 지나쳐 온 어른이기 때문이리라.

 

끊기지 않는 대화, 오래된 친구,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 밀크 니, 짐을 가득 넣은 백팩, 조용한 흥분을 좋아한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당찬 아가씨의 여행에세이는 그래서 핑크빛 대신 초록이 무성했다. 가령 모두 그림을 보러 가는 갤러리에 그녀는 여백을 보러 간다고 고백한다. 고요함에 더 관심이 가고 사온 책을 들고가 읽고 오기도 한다고 했다. 새악ㄱ을 비워야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으므로. 이런 남다름과 현명함은 대체 어디에서부터 기인된 것일까.

 

읽다 보니 그녀의 여행보다는 그녀 자체에 더 관심을 두고 있음을 발견한다. 지쳐 있음에도 여행 가방을 꾸려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힘! 세상의 기준과 다른 시간을 살면서도 여유롭게 웃어 넘길 수 있는 당당함,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면 상처도 없겠지만 성장도 없기 때문에 성장하는 쪽을 택하겠다는 현명함....다시 되돌아간다면 저런 스물 셋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사실 나는 너무나 바쁘고 치열하게 살았던 20대나 정신없이 공부에 몰두했던 10대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항상 지금이 제일 좋다...나빠도 '지금', 좋아도 '현재'라고 부르짖으며 내 고양이처럼 지금에 충실히 살아가려 애쓰는 타입이었는데도 묘하게 이 책은 스물 세살을 한 번 더 살아보고 싶게끔 만드는 매력이 철철넘쳐났다.

 

'좋을지 나쁠지 누가 알겠는가' 는 살아봐야 알 수 있고 인생을 좀 살아보아 달관의 자세를 지녀야 내뱉을 수 있는 말인데 [조용한 흥분]의 저자는 20대 초반에 벌써부터 출사표를 이렇게 던져놓고 살고 있다. 그 용기가 부러워서 자꾸만 나의 스물 셋을 되돌아보게 되나보다. 그녀의 기록을 읽는 동안 나는 마법의 순간을 경험했다. 삶에 후회를 남기지 않는 방법은 누구의 말에도 좌지우지 되지 않고 나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것!! 이라는 것을....마음이 가리키는 방향대로 살고 있는 한 어린 친구를 통해 들여다보고 있다. 훈훈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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