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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심리학 - 뇌가 섹시해지는
앤 루니 지음, 박광순 옮김 / 생각정거장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학창시절 정말 많이 들었던 17c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의 명언이다. 인간이 생각하기 위해 굴려야
하는 인간의 뇌는 가장 흥미진진한 연구 대상이자 관찰의 대상이라는데 머릿 속에 넣고 살면서도 평소에는 그다지 각인하며 살고 있지 않는 기관이기도
하여 나는 이 책이 뇌에 관한 책인지, 심리학에 대한 책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물론 최근들어 심경학과 심리학이 밀접성을 띄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상생활에선 여전히 크게 각성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살기 때문에 큰
관심을 둔 바는 없다. 다만 책에서 던져주는 실험이나 과거 일화들이 어디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재미난 것들이어서 귀가 솔깃하게 되기는 했다.
가령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서는 '자주 공상에 잠긴다'라는 항목에 동의한 사람은 무조건 신병 모집에서 탈락시켰다는데, 그 위험성
때문인가? 했더니 신경증에 걸린 입대 지원자를 근절시키는 항목이었다고 한다.
보통 뇌라고 하면 기억하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창조적 기능을 담당하기도 하지만. 예를 들어 원주율을 소숫점 끝자리까지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며 조선왕조 오백년 동안의 왕들의 이름을 앞자리만 따서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고조선부터 현재까지의 왕과 리더들의 이름들을 줄줄이
다 나열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단기기억, 장기기억을 막론하고 기억을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나는 책을 통해 다시한번 확인
할 수 있었다. 나는 숫자는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지만 문장은 잘 기억한다. 억지로 외우라고 몇백페이지를 던져주면 귀찮은 마음에 잠시 보고
덮지만 좋아하는 대본이나 소설은 불에 불을 켜고 읽고 또 읽어 머릿 속에 조사까지 기억해낼 수 있다. 아마 장기 기억보다는 단기기억 그리고
강렬하게 남아 있는 '섬광기억'을 활용하는 인간형이라서 그런 것이리라. 물론 헬리콥터를 타고 한번만 내려다 본 도시 전체의 스카이 라인을
정확하게 그릴 수 있다는 스티븐 윌트셔 같은 능력은 없지만.
p301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이 아니라 합리화하는
동물이다
가장 흥미롭게 읽힌 페이지는 개인적으로 211페이지부터 시작하는 <사이코패스를 알아볼 수 있을까?>하는 대목이었다. 미국
드라마 <덱스터>를 보면서 유전적 요인과 촉발 요인으로 인해 한 인간의 인생이 어떻게 변해버렸는지 관심있게 지켜보았기 때문에
현실에서도 이런 류의 인간형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어졌기 때문. 실제로 인구의 약 1~2 퍼센트가 사이코패스로 분류된다고 했다. 사이코패스
살인자들의 뇌를 연구하는 심리학자인 제임스 팰런까지도 가계도를 조사해보니 살인자의 후손이었노라고 고백할 정도였으니. 이들은 도덕성을 조절하는
기관인 편도체가 기형적이었으면 사이즈 역시 일반적인 경우보다 대략 18%나 작았다고 한다. 뇌를 꺼내볼 수 없으니 이들을 겉으로 분류해내긴 힘든
것일까. 그렇지도 않았다. 몇가지 징후를 책은 소개하고 있는데, 병적인 거짓말/무책임함/기생적인 생활 방식/ 깊지 않고 단명하는 수많은
성적관계/공감 능력의 부족 /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려 하지 않음 등등 몇몇 겉으로 보여지는 체크리스트들이 있어 보다 손쉽게 확인해 볼 수
있긴 했다.
뇌가 섹시해지는데는 하루에 딱 15분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읽고 전문용어들을 알게
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뇌가 섹시해진 느낌은 받지 못했다. 심리학에 대한 통찰도 생긴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 심리학에 대해 문외한이기 때문에
이 좋은 글을 다 섭취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일은 관심이 생겼다는 거다. 왜 이런 일들이 생겨났으며 왜 이런 일들에
관심을 가져왔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고 이는 심리학으로 이어져 있어 앞으로 다른 서적들을 좀 더 뒤적여보면서 탐구해나가고 싶은 흥미가 생긴
것이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