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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와 죽은 자 ㅣ 스토리콜렉터 3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5년 6월
평점 :
산 자와 죽은 자를 가르는 기준은 하나 밖에 없는 것일까.
넬레 노이하우스의 이번 이야기는 산 자를 죽은 자로 만들고 죽은 자의 것을 활용해 산 자를 만든 사람들에게 복수하는 복수스토리다. 타우누스
시리즈를 차례차례 재미나게 읽고 있는데 그 순서 상관없이 옴니버스 시리즈처럼 독립의 이야기로 읽어도 좋은 작품이 바로 넬레 노이하우스의
범죄소설들. 가볍게 읽어도 좋다. 하지만 그 내용은 절대 가볍지 않다. 그래서 읽고나서는 묘하게 잔향을 남긴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타우누스
시리즈를 쉽게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일까.
평화로워보이지만 사실 잊혀질만 하면 새순이 돋듯 돋아나는 범죄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역, 타우누스. 휴가를 앞둔 피아 앞에 던져진
사건은 연관성이 전혀 없어보이는 두 할머니의 순차적인 연쇄살인. 경찰에서는 탄피 하나조차 남기지 않는 치밀한 저격범을 '스나이퍼'라고 명명하며
뒤쫓고 있고 남들 몰래 비밀 재혼을 한 피아는 남편과 함께 휴가갈 준비를 이미 다 해놓았지만 결국 그녀는 떠나지 못한다. 그리고 보덴슈타인과
함께 스나이퍼의 뒤를 바짝 추격하기 시작하는데....
FBI에서 큰 공적을 세웠다는 애송이 떠벌이의 말은 모두 허세. 산책을 하던 할머니와 집에서 손녀와 함께 부엌에 있던 할머니의 죽음만
보자면 할머니만 노리는 묻지마 살인사건 같을 수도 있지만 다음 범죄는 27세의 건강한 남성이 자신의 집에 들어가려다가 심장에 구멍이 뚫리며
발견되면서 가설은 무너져버렸다. [크리미널 마인드]의 범죄심리수사팀이 투입되었다면 완벽한 프로파일링을 통해 범인을 일찍 검거할 수 있었을까?
싶긴 해도 여기는 타우누스, 보덴슈타인과 피아가 있는 곳이다. 이 명콤비는 끈질긴 추적끝에 범인을 찾아내고 그가 이 모든 일을 계획한 이유
아래에는 썩을대로 썩은 장기이식판의 실체가 깔려 있었고 범행은 이 더러운 관행들을 세상 위로 뽑아 올리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던 것. 어느 쪽을
살려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을 의사에게만 맡겨두어도 좋은가? 라는 의문을 품게 만든 이 작품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 그 의견이 분분한
대로 토론의 장을 열어보는 것 또한 좋은 주제가 될만한 소설이었다.
범죄만 보지 않고 심리에만 국한 되지 않으면서 사회 전반의 썩은 고리들을 바라보게 만드는 사회범죄 소설. 미야베 미유키와 넬레 노이하우스는
그 무게감이나 필체는 달라도 내겐 같은 시너지를 내게 하는 힘있는 필력의 작가들이어서 언제나 신작은 놓치지 않게 만든다. 이번 작품도 좋았다.
여러각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