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정원 - 고대 그리스인들이 발견한 자기 발견 놀이터
울리히 코흐 지음 / 보누스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메이즈 러너]는 소년들이 어느날 정신을 차려 보면 미로에 갇혀 있는 것으로 시작되는 영화다. 그 속의 미로는 거대하고 웅장하면서도 계속 변화한다. 큐브처럼 살아 움직이는 듯 하면서도 그 안에서 괴물이 나타나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공간이다. 이 미로는 대체 누가 언제 만들어낸 것일까.

 

독일의 디자이너 울리히 코흐는 그리스 신화 속에서 그 유래를 찾아보았다. 크레타의 왕 미노스의 아내이자 왕국의 왕비인 파시파에는 그만 황소를 보고 홀딱 반해 버렸다. 포세이돈이 왕에게 보낸 하얀 황소는 너무도 유혹적이었던 것. 판도라가 상자를 열어버린 것처럼 파시파에 역시 황소와의 하룻밤을 위해 최고의 발명가 다이달로스의 솜씨를 빌려 암소형상을 만들었고 이후 그녀는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절반은 사람이고 절반은 소의 모습을 한 미노타우로스. 분노한 미노스 왕이 아내의 불륜의 상징인 그 반인반괴를 가두기 위해 다시 한번 다이달로스를 궁으로 불러들였는데 절대 나올 수 없는 미궁 '라비린토스'는 그렇게 탄생된 것이라고 한다.

 

왜 우리는 이토록 복잡하고 머리 아픈 미로에 빠져드는 것일까!!

 

아마도 누구나 할 수 없는 그 '제한적'인 매력에 푹 빠져든 것은 아닐까. 반드시 빠져나와야 한다는 목적성을 가지고 헤매는 것이어서 시작하게 되는 건 아닐까. 책을 보면 '왼손의 규칙'을 언급하고 있는데 만약 미로에 출입문이 하나인 경우는 길을 잃었을 때 갈림길에서는 언제든지 왼쪽으로 가다보면 원위치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미로같은 괴물의 집(?)에서 헤맨 적이 있는데 그 이후에는 거울이 있는 방이든 귀신이 있는 방이든 들어가지 않게 되었다. 그날 엄청 헤매고 고생했던 기억이 가득해서. 하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미로나 미궁은 언제나 미스터리하면서도 두근두근하게 만들어 자주 골라 보는 편이다. 미로에 대한 역사적 사실이나 에피소드들이 가득한 책인 줄 알았는데 울리히 코흐의 [미로 정원]은 사실 미로 찾기 놀이 책이었다. 스도쿠에 열광했던 것처럼 두꺼운 이 책 속 미로들을 하나하나 점령해나가면서 느낄 성취감 또한 멋지리라 기대한다.

 

물론 첫장에 등장하는 '대성당으로 가는 길'부터 만만치 않다. 한번에 찾아지지 않았다. 미로라고 해서 똑같은 패턴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벌집 구조/ 기하학적 대칭 / 아라비아의 옛 성채 / 악몽의 자전거길 /체스 나이트의 행마 / 빛의 피라미드 / 시카고 등등 그 이름만 들어도 딱 떠올려지는 형태가 있는가 하면 아리쏭하게 감조차 오지 않는 형태들도 있기 때문이다. 총 80여 개의 미로를 정복하고나면 이제 더이상 미로길이 무섭지 않게 될까.  좀 더 재미나게 그리고 헷갈리지 않게 해 보기 위해 나는 12색의 색연필을 새로 구비했다. 그리고 그 첫장을 시작했다. 역시 만만하지 않았다. 이제 1번 미로를 빠져나왔을 뿐인데 말이다. 앞으로 79개의 미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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