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은 필요 없다
베른하르트 아이히너 지음, 송소민 옮김 / 책뜨락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여기 특별한 출사표가 던져졌다. 한 아줌마가 던진 복수의 외침!

 

사진사, 사제, 사냥꾼, 요리사, 어릿광대 니들 이제 다 죽었어 하고 결투를 신청한 여인의 이름은 브륀힐데. 하지만 그저 '블룸'으로 불리길 원하는 그녀는 이미 양부모를 바다에서 익사시킨 완전범죄의 여인이었다. 세살때 입양되어 일곱살부터 가업인 장의업을 잇기 위해 시체를 만져왔던 그녀에게 자유라는 것은 이미 사치였고 평범이라는 말은 평생 들어볼 수 조차 없는 사전단어일 뿐이었다. 양육과 교육 없이 사육만 일삼아온 부모를 바다에 빠뜨려버리고 돌아오던 길에 자신을 구해주러 온 경찰과 운명처럼 만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룬 블룸에게 앞으로는 행복한 나날들만 이어질 줄 알았으나 8년이라는 세월은 행복을 맛보았다고 고백하기에 너무 짧은 나날들이었던 것. 그 행복을 앗아갔던 다섯 남자를 위한 복수를 다짐하게 된 블룸. 그들은 분명 잘못 건드렸다. 그녀를...

 

아침 출근길에 경찰인 남편을 완전히 깔아뭉개고 도망가버린 뺑소니 차량을 찾지 못했노라고 함께 근무한 남편의 상사이자 절친이었던 마시모는 이야기했다. 하지만 남편의 방을 정리하다가 발견된 녹음은 그의 죽음이 사고가 아닌 살인이었음을 알려주고 있었고 녹음된 여인을 찾아 헤매던 블룸은 정말 그녀를 찾아냈다. 그리고 곧 다섯 남자들도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p178  남자라는 인간이 얼마나 역겨울 수 있는가

 

 

둔야를 비롯한 여인들을 납치해 감금하고 옷을 홀딱 벗겨 미로같은 그들의 아지트에 풀어놓고 사냥마취총을 쏘아가며 인간 사냥을 했던 그들. 붙잡힌 여인들을 사정없이 강간하고 짓밟고 아이를 가진 여인의 배를 발로 차곤 했던 짐승들. 쾌락의 순간 여인들의 얼굴표정을 클로즈업해서 작품을 남겨야 한다고 고문해댄 미치광이들. 남자가 아닌 사람이 아닌 악마였던 그들은 잘 먹고 잘 살고 심지어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그 죄를 덮기 위해 과거를 수사해온 경찰관 하나를 죽여 없애버린 것이다. 블룸의 눈 앞에서 그녀의 남편을 그 아침에-.

 

가장 먼저 찾아진 이는 사진사. 호텔에서 얼마간 근무하며 새 삶을 시작한 꿈에 부풀었던 둔야의 과거를 쫓아 호텔로 간 블룸은 그 당시 호텔의 주인이었던 쇤보른이 이젠 주 의원이 되었으며 그의 망나니 아들이 사진사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차기 주교가 될 사제 역시 음탕하게 여인들을 탐하고 생명을 가벼이 여겼던 남자였음을 밝혀냈고 '돼지사육'이라며 과거에 찍은 동영상을 자신의 노트북에 버젓이 저장해둔 채 즐겨보던 요리사는 tv출연까지 하고 있는 스타 쉐프였고 사냥꾼은 인기있는 유명 배우였다. 그들은 각각 토막내지고 불태워지고 자동차용 잭에 사정없이 얻어 터지고 총을 맞았다. 그렇게들 사라졌다. 마지막 한 사람 광대만 빼고.

 

광대. 제일 용서할 수 없는 그는 가장 가까이에서 힘든 그녀의 버팀목이 되어주었고 새로운 희망이 되어주었으며 그녀의 몸과 마음을 앗아간 남자였기에 블룸은 남편을 죽인 그 작자를 더 용서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처단되었다. 그녀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돈과 직업(장의사)이 톡톡히 도움이 되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 하지만 이 모든 계획이 성공적이었다 하더라도 복수는 그녀의 남편을 되살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섯 명을 여자 덱스터처럼 스스로 처리하고나서 그녀는 행복해졌을까. 아이들과 시아버지 칼과 함께 만족한 삶을 살 수 있었을까. 나는 그것이 궁금해졌다.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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